정 윤 영 개인전

불투명한 중첩 (Opaque Superposition)

2021. 4. 14 - 5. 2



 

우리는 모두 각기 다른 삶의 모습을 지닌 채 살아간다. 언제나 그래왔던 것처럼 제각각의 모습으로 생의 시간을 보내왔지만, 코로나 19 팬데믹과 함께 한 지난 1년 여의 시간은 우리가 모두 예외 없이 질병 앞에서 한없이 나약한 존재임을 실감하게 했다. 전염병의 위기 속에서 불확실함에 익숙해져야만 했고, 무력감과 우울감을 감당해내야만 했다.
작가 정윤영(33)은 바로 이렇게‘같지만 다른’개별적인 생의 흔적들을 중첩하여 그려낸다. 일반적으로 시각 예술 작품, 그중에서도 특히 ‘회화’에는 어떤 욕망이나 세계관과 같이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담겨있기 마련이지만, 정윤영의 이번 작업은 형상성이나 상징성이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오히려 색 위에 색, 면과 면이 만나 겹을 이루는 작업은 이제 닮음의 형상에서 벗어나고 있다 말하고 싶다. 붓질의 흔적과 미묘하게 번지는 색이 모였다 흩어지기를 반복하며 물감층은 다채롭게 어떤 것을 나타내려 하다가도 정해진 모양은 드러나지 않는다. 추상적인 표현이 두드러지며 공간에서 서서히 움직이는 미생물의 모습처럼 미세하다가 어느새 부유하며 잡히지 않는 흐름처럼 역동적인 면도 드러난다. 반복적인 모습의 움직임과 자유로이 사라지기를 반복하며 색채는 어우러진다. 평면의 공간이지만 형상은 무한대로 확장되고 있는 것 같다. 물감층의 변화는 끊임이 없다. 한 공간에 다양한 요소들이 더해지며 공존하는 화면은 여러 겹으로 이루어진다. 캔버스 위로 그려진 형상에 몇 겹의 반투명한 비단과 중첩되어 화면은 다르지만 연결된 형상들이 공존하고 있다. 물리적, 시간적 차이를 비교하며 서로 보완하기도 하며 덮음과 연결을 시도하면서 겹을 통한 의도를 최대로 표현한다. 불교미술학과를 졸업하고 서양화를 공부한 작가의 작업은 다양한 동서양의 표현으로 재미를 준다. 조심스레 올린 색채로 모순적이고 다양한 이야기를 전달한다.

작가의 몸으로 느낀 존재의 연약함은 체험과 기억으로 작업의 원동력이 되어준다. 오랜 시간 병마와 싸운 시간은 자신의 삶과 주변을 되돌아보게 하고 진지함을 갖게 했다. 최근작 “untitled(무제)” 연작은 작가가 팬데믹과 함께 시작된 약 1년여 시간 동안 서울의 집과 강원도 양구의 작업실을 오가며 꾸준히 작업한 결과물로, 생명의 유한함을 확인하고 계속되는 삶에 현재 존재의 표현으로 실존에 대하여 담담하고 온전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감정은 말을 넘어서고 자각하며 살아가는 현실을 옮긴 색의 겹은 그래서 모호하고 여전히 움직인다. 서로 다르지만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요소들로 중첩된 화면은 생성과 회복의 에너지와 생명의 흐름을 관객들과 가감 없이 공유할 준비를 마쳤다. 전시는 5월 2일까지.

"나의 작품은 기본적으로 삶을 돌보는 태도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한다. 나에게 있어서 삶의 질곡 속에서도 삶에 감사하고 그 기쁨을 진실되게 추구하는 것은 중요하다. 전시장에 설치된 작품들은 개인적인 투병 경험에서 이어진 불완전한 생의 단면, 그 상실과 결여로 얼룩진 미완의 상태를 이야기하고 있다. 사는 일은 때때로 비천함이 따르지만, 생은 그 자체만으로도 자연스럽고 아름답다. 삶 속 매 순간마다 돌이켜보면 죽음을 견뎌내며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어쩐지 애잔하다. 나의 작업은 유한한 생명이지만 이를 위한 노력의 흔적을 되살려내는 것에 그치는 것이라기보다는 회상과 조형 활동을 통해 모순된 감정의 층위를 새롭게 돌아보고 그것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형성하는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삶에 대한 새로운 태도를 갖추어가는 과정이다. 예정된 의도 안에서 움직이며 완성을 향해 나아가는 대신, 화면 위 중첩 속에서 의미를 비껴가며 미지의 차원을 다시 열고 덧입힌다. 작품 속 화면은 짙고 깊은 암흑이라기보다는 아직 정리되지 않은 모호한 대상들과 순응과 저항 사이의 미묘한 상태를 담아내고, 그리다 만 것 같은 미숙한 표현이지만 맑고 투명하게 물든 어떤 그늘을 형상화한 것이다." -작업 노트-

 

 

정 윤 영 (Jeong, Yun-young)
2020 국민대학교 일반대학원 미술학과 회화전공 박사과정 졸업, 서울
2015 국민대학교 일반대학원 미술학과 회화전공 석사과정 졸업, 서울
2011 동국대학교 미술학부 불교미술전공 졸업, 서울
2006 덕원예술고등학교 미술과 졸업, 서울

개인전
2021 불투명한 중첩, 갤러리 도올, 서울
어떤 그늘, 박수근미술관, 양구
2020 겹의 언어_Palimpsest, 아트 스페이스 인, 인천
2019 겹의 언어 (The layered voice), 갤러리 도스, 서울
2017 식물 같은 밤, 팔레 드 서울, 서울
2015 감각의 산책자, 서진아트스페이스, 서울
2014 안에-있음, 갤러리 마하, 서울

그룹전
2020 지난 2년 (갤러리 시선 개관 2주년 기념전), GS건설 갤러리 시선, 서울
갤러리 시선 3인 초대 기획전, GS건설 갤러리 시선, 서울
선정 작가 3인전, 갤러리 라이프, 서울
2019 선정작가 특별전, 갤러리 너트, 서울
고독한 밤, 찾아온 당신에게, 문래예술종합지원센터, 서울
2017 그해 여름, 아티온 갤러리, 서울
컨셉 없는 컨셉, 키스 갤러리, 서울
2016 낯선 이웃들,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서울
BUDDHAS, 불일미술관, 서울
영앤영 프로젝트_Connection, 영은미술관, 광주
Contemporary Art Exhibition, 갤러리 이레, 파주
2015 Artificial Garden, 서진아트스페이스, 서울
식물의 밤, 갤러리 위, 서울
2014 작가실격, aA 디자인 뮤지엄, 서울
맥의 맥을 짚다, 문화공간라임, 서울
현상의 안과 밖, 상원미술관, 서울
2013 식물들의 사생활, 유중아트센터 1갤러리, 서울
뱀은 봄에 脫皮를 한다, 갤러리 한옥, 서울

아트페어
2020 BIAF 부산국제아트페어, BEXCO, 부산
을지아트페어-프라이즈, 을지트윈타워, 서울
Becoming a Collector_순천아트페어, 기억공장 1945, 순천
2019 Becoming a Collector_연희동아트페어 , cafe VOSTOK, 서울
2018 Union Art Fair_"Let's make together", S-Factory, 서울
2017 제10회 ASYAAF,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DDP, 서울
2015 AHAF(Asia Hotel Art Fair Seoul) 2015, 콘래드 서울, 서울
2011 제4회 ASYAAF,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서울

레지던시
2021 11기 영은 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 영은미술관, 광주
2020 15기 박수근미술관 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 박수근미술관, 양구

작품 소장
서울동부지방법원, 서울
영은미술관, 광주
서울시청 박물관과, 서울
박수근미술관, 양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