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수 아 개인전

살 갗 "Salgat"

2020. 09. 16 - 09. 27



윤수아는 어떤 대상을 근접해 그려왔다. 자연의 범주 안에서 쓰러진 나무가 있고 덩굴이 감긴 나뭇가지가 있는 걸 보면 여타의 풍경과 다름이 없어 보이지만 반복되는 구불거림과 메마른 형태, 화면 전체로 올라온 진한 색감이 우울한 정서로 그리 밝지만은 않은 느낌이다. 관찰이 되지만 그보다 외형 너머 전달되는 이야기로 지나간 것들을 잠시 붙들려는 듯 화면 안 분위기는 엄숙하고 진지하다. 형태는 갈수록 해체되는 것이 최근 들어 추상의 경계도 오간다. 세부묘사는 외형이 중점이고 물감층에 덩어리가 되어준 장면을 보고 있으면 시간이 지나 흘러내려 사라질 것처럼 보인다.

 
“생생함과 아련함을 오가며 다양한 감정을 붙들려는 듯 정확한 것은 없다. 촉감은 미약하고 움직임은 느려 상상이 된다. 어느 순간 태어난 생명체로 보드랍고 싱싱했던 것이 시간을 다하여 자연으로 돌아가기 직전에 모습으로 혹은 이미 생명을 다하여 죽은 형태로 지나온 순간들을 돌아보는 자리로 식물은 일그러진 형태로 슬픔이 있다. 고전에서 말하는 바니타스 계몽이 연상되지만 그것과는 거리가 멀다. 덧없음은 알 수 없고 화려한 색감도 두지 않는다. 자체로서 대상을 바라봐 주길 바란다. 죽음의 유예라는 언급으로 알 수 있듯이 작가의 작품 속 대상들은 자연회귀의 관점에서 관계를 맺고 살아갔던 모든 것들을 하나씩 살펴보고 자신의 내면도 투영시킨다. 멜랑콜리한 담론으로 여기서 트라우마는 원인 모를 감정으로 불분명하다. 어느 한편으로 치우침 없는 색채의 불투명함이 외형으로 표현된다. 살갗은 그림 안 외형으로 시간의 흐름을 전제로 한다. 안을 둘러싼 표피로 삶을 살아온 증명처럼 마치 초상을 찾고 있는지도 모른다.
 
저는 보통의 풍경에서 잦은 죽음들을 경험합니다. 이 경험은 누구에게나 주어지지만, 무관심과 망각으로 또는 자연스러움으로 지나치고 있습니다. 잦은 죽음들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죽음과 현실과의 관계 속에서 저의 존재를 재구성하고 싶었습니다. 누구도 애도하지 않는 대상을 통해 삶과 죽음 사이에서 발생하는 상실과 무기력함을 넘어선 무엇을, 시간의 유한성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무덤 안에 자신의 초상화를 그려 영원히 존재하고자 했던 인간의 마음처럼, 소멸하는 대상을 그림으로써 죽음을 유예하는 회화적 박제를 시도했습니다. 생명이 꺼진 모습에서도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소멸과 해체를 저항하고, 죽었지만 죽지 않은 존재로 머물게 됩니다. 마치 조상의 제사를 지내며 그 사람을 계속 기억하려 하는 것과 같습니다.
 
가벼운 스침에도 통증과 상처는 오래도록 사라지지 않고 기억의 감정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같습니다. 상처를 통해 유발되는 마음속의 고통과 불행, 즉 비극을 어떻게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습니다. 연극적 비극의 독백이나 대화의 대사 이외에 회화적 비극을 찾고 싶었습니다. 인간이 느끼는 슬픔, 고통과 같은 감정의 모양을 기록했습니다.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자연의 한 단면들을 관찰했습니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이기에 다름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죽은 해바라기의 얼굴, 나무껍질 사이로 드러난 살갗, 순간 사라지는 파도 등에서 감정의 모양을 읽었습니다. 감정의 모양은 뭉개지고 변형되면서 살갗 아래 더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표면에서 머물다간 상처와 같은 이미지를 남겼습니다. 이미지를 무심히 바라봅니다. 더는 무엇을 표현할 수 없는 지점에 이르게 됩니다.
 
‘살갗’은 살가죽의 겉면으로 주로 사람의 것만을 지칭합니다. 그림 안의 살갗은 인간과 동·식물을 분리하지 않고 모든 존재하는 대상을 동일하게 바라보았습니다. 살갗은 인간의 비극과 외부 세계의 경계이기도 합니다. 외부로부터 자신을 보호하지만 쉽게 무너질 수 있는 연약함을 대변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아직 살갗 아래의 깊숙한 곳에 다다르지 못한 작가 자신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무엇이든지요.” -작가노트-

 

윤수아 YOON SUA 尹粹娥
2012 상명대학교 조형예술학과 졸업
2014 상명대학교 일반대학원 미술학과 수료
 
개인전
2018 쓸모를 찾아서, 신진작가 기획 초대전, 대안공간 아트포럼 리

단체전
2019 DRAWING ON PAPER / 예술공간 서로
2019 Re-Play / 오픈 스페이스 배
2019 secret cod / 키미아트
2018 시간을 상실한 시간 / 대안공간 아트포럼 리
2015 Diplopia / 오픈 스페이스 배
2013 고도를 기다리며 / 스페이스 제로
 
프로그램
2017 대안공간 아트포럼 리 청년작가 네트워크
2015 Artist Incubating Program, 오픈 스페이스 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