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혜 경 개인전

眞景_놀이하는 인간 (Homo Ludens)

2020. 07. 08 - 07. 26


 



 
유혜경이 그린 산을 관찰해 보면 공간의 중심에 있고 전통 산수화에서 말하는 준?은 가득하다. 성실한 자세로 먹을 다루어 왔으며 채색 또한 자유분방하여 밝은 편이다. 고즈넉한 느낌에 준이 갈수록 늘어나 조금씩 공간을 달리해 나타난다. 투명한 상자 안에 있거나 실내 창문 너머로 있기도 하며 어느새 공간을 부유하듯 사람들과 함께 계단을 오르내린다. 조금은 당돌하다 말할 수 있는 작가의 풍경은 산을 끊임없이 변화시킨다. 천정이나 바닥에 위치하고 거대한 크기보다 형태는 쉽게 확인되며 고운 색과 어울려 현실적인 느낌이 있으나 사실에 머무르지 않는다. 거대한 식물의 덩어리처럼 표현되어 신비로운 성격도 있다. 지켜야 할 것과 새롭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 사이에 갈등을 안고 현대미술의 잣대로 법고창신法古創新의 기준에서 작품들을 바라보려고 한다.
 
작가가 그린 산과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개인적 시점의 서사구조는 잘 보이지 않는다. 진경의 범주 내에서 관계를 다져온 외형을 담아내고 거기에 시간을 부여한 지나간 사건들, 흔적을 찾는 과정이라 해야겠다. 진지함도 있지만 가끔은 황당하다 할 수 있는 산 형태로 우주 안에 절벽이 즐비하고 우주인도 보인다. 면면히 흐르는 장엄함도 있지만 그리는 행동에 초점을 맞춘 듯 산은 어린아이가 놀이를 하듯 화면을 떠돈다. 멀리서 관찰되는 여럿의 표정을 알 수 없는 것이 묘하다. 그동안 설치물로 보여준 군상처럼 드러난 피규어들도 사람 아닌 생명체라 말해도 될 듯싶다. 정확한 것은 없다. 작품 제목으로 장자의 질주 불휴 疾走不休생각하면 장면은 어느 한 방향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쉼 없이 달려온 그 누군가로 욕망은 끊임이 없고 사회는 돌아가며 인류는 그렇게 살아왔다. 일하다 잠시 멈추고 하늘을 쳐다보면 좋으련만 삶은 고달프다. 작가 역시 예외일리 없다. 가정을 꾸리고 작업을 한다는 것은 생계와 연결되기에 현실과 이상을 꿈꾸는 과정 속에서 잠시 어떤 것을 놓치고 있는지 나를 끊임없이 돌아보고 숙고해야 하는 과정이 있기 때문이다.
새롭고 낯선 곳 아니면 늘 접해왔던 곳도 순간 달리 보일 때가 있으니 잠시 쉬었다 가도 좋겠다. 경험과 기억은 일상을 전제로 한다. 매 순간 경험한 곳 그리고 기억을 안고 작가는 순간을 떠올리며 이상적으로 바라는 경계 지점에서 장소와 사물을 관찰하고 산도 끌어들이기에 관념적이고 포괄적이다. 그때는 몰랐고 지금은 알 수 있는 사소하거나 버거운 진실 일 수도 있다. 무의식의 잔재로 산은 소중하며 장난처럼 형태를 다루고 있지만 소중한 정서적 작용으로 산해경 山海經을 전제로 작업을 해왔다. 너무 멀어 정확하지 않은 신비로운 장소로 시점은 흐려진다. 공간은 깊이를 알 수 없어 매력적이다. 먹선으로 높게 형성된 산을 보고 있으면 태곳적부터 있었을 것 같고 지금도 어딘가에 존재할 것만 같은 산으로 이 안의 생명체들은 반인반수로 그만의 상상으로 만든 생명체들이다. 괴기스럽지 않으며 각각에 자리한다. 작가의 내면으로 표상처럼 존재되어 이곳은 실제 거닐 수 없지만 소재가 되어 주었다. 최근엔 인간 중심으로 산이 표현된다. 실내로 들어온 산은 투명한 상자 안에 초록색 위로 제강과 겹쳐진다. 한층 더 밝아진 색감으로 내밀한 개인의 기억을 안고 멀리서 바라본 듯한 외형은 여전하다. 잘 정돈된 공간으로 풍경은 욕망의 대상으로 자유롭게 나열된다. 베르그송이 말한 물질과 기억은 복잡하게 얽히고설킨다. 놀이의 과정처럼 즐겁지만 깊이 들어가면 무의식의 잔재로 의식의 흐름처럼 되는 경향이 있다.
누군가가 있었고 아니면 식물이 있었을 공간을 작가는 바라본다. 관찰을 지나 마음으로 느낀다. 지나침 없는 서사구조로 결말은 없다. 그렇다면 감정을 빼고 혼자가 아닌 다수 익명으로 공간을 나누어 사용하는 도시로 근대화를 지나 지금의 시대를 생각하면 이야기는 무한대로 늘어난다.

-갤러리 도올 신희원 큐레이터

 

호모 루덴스, 다시 놀이가 중요해진 세상

너나 할 것 없이 자가 격리 상태였던 지난겨울 … 나는 시간이 날 때마다 혼자 설악산에 올라 눈 길 닿는 곳을 사생하였다. 혹독한 겨울 동안 사생한 풍경은 시간과 공간이 담긴 기억 저장소가 되었고 이 기억 저장소는 나의 몽상과 합하여 화면에 드러났다.
 
요한 하위징아(Johan Huizinga)는 창의성과 상상력을 자연스럽게 놀이에 몰두하면서 갖추게 된 인류를 호모 루덴스 즉 유희적 인간을 이라고 명명했다. 놀이를 처음으로 연구의 대상으로 삼았던 것이다. 그는 인간의 본원적 특징이 ‘놀이’ 임을 강조하며 사유나 노동의 상위 단계로 상정 했다. 우리의 문명은 오랜 세월이 흐르며 점점 너무 정교해져왔다. 하지만 예술적 감성은 여전히 놀이 감각을 되살려 준다. 근대사회 이후 다시 놀이의 중요성과 긍정적 가치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온다. 우리는 놀이를 즐기면서 진지함의 구분이 사라져서 하나로 융합된다. 혹자는 “아이들은 현실에 접근하기 위해 놀이하는 반면, 어른들은 현실 도피를 위해 놀이 한다.”고 이야기 한다. 이와 유사한 맥락에서 <眞景_놀이하는 인간 Homo Ludens> 작업은 요한 하위징하가 정의한 놀이의 형태적 특성인 진지하지 않지만 독립된 자유로운 행위로서 놀이하는 사람을 완벽하게 몰두하도록 만든다. 그것은 물질적 이해와는 관계가 없는 행위이고 아무런 이익도 제공하지 않는다. 시간과 공간에 나름의 한계를 가진 놀이 공간 내에서 기타 수단과 위장을 동원하여 평범한 세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과 맥락을 함께 한다.

놀이는 즐김이다. 어느 순간 즐김은 현대인의 이상이 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대인의 삶은 이상으로 여기는 마음의 경계와 그 마음을 실천으로 옮기는 현실적 경계 사이에서 어쩔 수 없는 심리적 간극이 존재한다. 나는 산을 즐겨 그리고 실제로 산을 좋아하지만, 직접 올라가는 일에는 익숙하지 않다. 가끔 작업의 소재를 위해 산에 머물러야 할 때는 최대한 드로잉과 취재를 많이 하려고 노력한다. 그리하여 산에 대한 기억과 경험 그리고 자료들을 토대로 화면에서 가상의 봉우리도 만들고 골짜기도 만들면서 유희를 즐기는 것이다. 즉 작업하는 과정 전체를 놀이로 상정한 것이다. 현실의 공간을 환기한 가상공간은 포스트모던 시대의 삶을 특정 하는 제반(諸般)의 자아구성을 실험할 수 있는 사회적 실험실이다. 이는 가상공간이 자아의 활동무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즉 작가가 가공한 사유공간을 통해 정신적 경험을 유희로 실험할 수 있다면 이것은 포스트모던주의가 추구하는 자아실현의 학습장인 것이다. 가상세계에서는 현실세계와 다른 가상자아(Virtual ego)를 창조하여 또 다른 내가 경험하게 되는 공동의 놀이를 즐길 수 있다.
 
<眞景_놀이하는 인간 Homo Ludens>의 작품은 현실에 존재하는 공간에 거대한 석가산(石假山)이 자라고 있고 그 안에서 현대의 레저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내가 인식하는 자연은 자주 가지 못하고, 그로 인해 즐기지 못하는 결핍의 대상이다. 그에 대한 반동으로 자연을 상징하고 대체하는 거벽산(巨擘山)을 공간 속으로 들여와 1차 가공하고 그 속에서 작은 사람들을 배치하는 일종의 피규어 놀이를 하고 있다. 또 중국의 기서(奇書)인 산해경(山海經)에 나오는 제강(帝江)이 등장하는데 제강은 천산에 살며 그 형상은 누런 자루처럼 생겼는데, 마치 활활 타는 불처럼 붉은 색이다. 또 짤막한 여섯 개의 다리와 네 개의 날개를 달고 있고, 얼굴이 없는데 노래하고 춤추며 돌아다닌다고 한다. <장자>에서도 이와 같은 신이 등장하는데 그 이름이 혼돈(混沌)이다. 이런 제강이 나에게는 원초적 뮤즈(Muse)로 다가온 것이다.
 
내게 있어 자연이란 초탈해야 할 대상으로서 속세에 대한 대척적 개념물이 아니라 유(遊)의 공간이다. 이것은 세속과 분리된 은거의 공간도 아니고, 수양을 위한 사유의 공간도 아닌 오로지 오락적인 공간이다. 이런 활동은 나의 작업 가운데 ‘소요’를 위한 행위방식으로서 ‘은일’과 자발적이며 즐거운 현실적 가상경험의 몰입 활동의 장이다. 그렇게 사생한 풍경이 담긴 기억 저장소를 진경(眞境)으로 구현하는 헤테로토피아적 유희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 작업노트 -
 

 
유 혜 경 Yu, Hae Kyung

 
건국대학교 대학원 미술학 박사(Ph. D.)
홍익대학교 대학원 동양화과 졸업 (M.F.A)
건국대학교 회화학과 졸업 (B.F.A)
 
개인전
2020 眞境 - 놀이하는 인간 Homo Ludens (갤러리도올, 서울)
2020 假山·놀이 (아트허브 온라인 갤러리)
2019 山海經 – 상상여행 (수하담 아트스페이스, 판교)
2018 假山·놀이 (금오공과대학 갤러리, 구미)
2017 假山·놀이 (월전문화재단 한벽원 미술관, 서울)
2016 Cubing in Cube (스칼라티움 아트스페이스, 서울)
2016 터 – 기억의 미래 (더텍사스프로젝트, 서울)
2015 理想境, 휴식을 꿈꾸다 (노암 갤러리, 서울)
2014 유 쾌(놀遊 쾌할快) (해운대아트센터, 부산)
2012 공평갤러리 기획“유쾌한 산수”(공평아트센터, 서울)
2009 작위적인 세 개의 이야기 (SPEEDOM GALLERY)
2005 꿈, 회귀, 삶 (예화 아트홀)
 
단체전
2020 Open gallery 기획- 상상을 봄展 (롯데월드타워, 서울)
2019 행복한 동행 – 거북이걸음 (갤러리 H, 서울)
가을빛을 물들다 (연석산 미술관, 전주)
건국대학교 디자인대학 교수작품전 (KU 갤러리)
소망展 (온유 갤러리, 안양)
바다와 섬, 독도 미학 (상해 한국문화원, 상해)
2018 독도미학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서울)
on you with you (온유 갤러리, 안양)
곽신이유 - 만화경 (류미제 갤러리, 양평)
借景 - 빌려온 풍경 (이천 시립 월전미술관, 이천)
산해경 – 곽수연, 유혜경전 (SRC the Ruins, 서울)
JY art gallery 기획 - 三淸遊覽 (JY art gallery, 서울)
그 내면속의 몽유도원 (GALLERY MEGUSTA, 화성)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갤러리 마롱, 서울)
BAMA (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 (BEXCO, 부산)
S – ART SHOW (S gallery, 서울)
2017 아트리에 송년 기획전 (아트리에 갤러리)
DGB 갤러리 기획 - 사랑 나눔전 (DGB갤러리, 대구)
오차드 갤러리 기획 - 그대에게 가는 길 (갤러리 오차드, 서울)
63아트미술관 기획 - 생활 속 삶의 미덕 (갤러리아 센터시티, 천안)
한·중·일 국제교류 디자인대학 교수작품전 (KU 갤러리)
대안 공간 눈 기획 – 4적 공간 (예술공간 봄, 수원)
로쉬 아트홀 기획 – Rush and Resh (로쉬 아트홀, 분당)外 다수
 
현재 건국대학교 조형예술학과 겸임교수, 봄 미술문화연구소 소장
 
작품 소장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해운대 아트센터, 스칼라티움 그룹, Booming Studio 外 개인소장

E-mail : nawintery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