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혜정 개인전 'LINE, BUT NOT LINED' 2018. 5. 2 - 5. 20


 

 

  

관찰되는 현실을 전제하는 특정한 주제로 연결되는 목적보다 드러남으로 연상되는 관념觀念,Idea에 중점을 두고 작품을 완성한 듯하다. 관념이 개인의 생각이 담긴 말로 설명된다는 점에서 내용이 명확해지지만 조금 더 살펴본다면 내면이 포함된 것으로 살아갈수록 늘어나는 생각과 감정은 당연하다. 혼자가 아닌 개인과 개인이 만나면서 비교되고 바라는 점이 신념과 만나 욕망이 될 수도 있는 자아의식 속에 관념은 무한적 시간을 전제로 자유롭게 된다. 작품을 살펴보면 사각형 위에 사각형, 어느 땐 사각형 공간 안에 원이 채워지는데 이 역시 선이 쌓여 면이 완성되는 것으로 여백이 들어가고 색은 쉽게 보이지 않는다. 리듬감 있게 부여되는 색 금속분말이 인상적인데 공간에 어디든 안착되면서 화면 안은 약간의 입체감과 안정감을 찾는다. 최소한의 점이 모여서 선이 되고 어느 순간 쌓여 마무리되는 선을 생각하면 서양의 미술사에서 일컫는 미니멀리즘이나 추상표현이 연상되는데 잘 정돈된 선이 주를 이룬다는 점에서 동양화의 일획一劃으로 의미를 주는 것과 연결된다. 차분하고 일정하게 그었으나 조금씩 달라지는 미묘한 색, 흑연가루가 조형의 물성을 상당 부분 차지한다. 

대학에서 조각을 전공하고 시작된 제본 과정이 돋보이는 수제 책이라는 작업을 해보고 애니메이션과 멀티미디어를 공부한 작가는 동시대 현란함으로 무장한 색채로서 아름답다, 예쁘다 말하는 상품, 매스미디어 광고로 전달되는 사실적 요소에는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그 보다는 개인과 개인의 만났을 때 일어나는 현상이 고정되지 않는 개연성으로 파생되는 이성과 감정이 오가는 추상의 더 매료되어 작품 안은 공간을 한정짓지 않으려는 노력으로 사실적 형태는 보여주지 않는다. 2016년 작업시리즈‘생각'들을 보면 조형을 기준으로 내부와 외부 현실 어느 지점에서 고뇌하는 흔적으로 다른 말로 해보면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교차점, 순간의 연속이다. 안료로서 아름답지만 공간상에 시작과 끝은 작가의 고뇌로 작업의 테마이고 무한한 소재이다. 구체적이지 않고 여백, 공간과 만나면 행위의 초점을 맞춘 추상의 성격이다. 

마치 창작과정이 드러나 흔적이 되는 현대미술이 갖는 정답 없는 당위성처럼 작품들은 단순하게 보면 쉽고 그 앞에서 명상하기 시작하면 어느 순간 난해지는 결과물이다. 

 

"작가는 느리고 잘게 봐야 한다. 

섬세하게 보면 면보다 선을 그리게 된다.

그리는 행위에 있어서 선은 필요악이다. 그리지 않으면 발화를 할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은 단정적이어서는 안 된다.

만일 그렇다면 선은 들뢰즈의 절편처럼 개념들을 뉘앙스 없이 단절시키게 된다.

그것은 폭력과 다르지 않다.

그래서 나의 선은 획일적으로 정재된 재료나 명확한 색을 지양한다.

나는 능동적으로 선의 질감을 변화시킨다.

눈에 띄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것은 느리고 잘게 보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작가의 작업노트 중에서-

 

개인의 경험으로 현상을 극복하여 반성하는 과정은 서양철학이 수행하는 기능 중 하나이고 개인의 자아를 다룬다. 다른 이들과 관계를 이루고 살아가는 사회 안에서 파생된 문명 코드를 끊임없이 확인하고 욕망하는 과정이 문화가 되어 역사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무한한 시간성으로 이 틈에서 개인의 자아는 이성과 감정을 오간다. 사물의 본질을 알기 힘든 현상보다 실존이 먼저라 얘기한 사르트르의 말처럼 삶을 전제로 하는 개인의 일상은 현실을 극복한다는 점에서 질 들뢰즈가 주장한‘반복과 차이’이고 경험이 돋보이는 베르그송의 ‘물질과 기억’이다. 동양의 철학에서 자아를 얘기하지만 거대한 자연이 전제되기에 개인은 무아無我로 들어가는 관계형성 구조에 포함된다. 개인의 감정을 다스리고 이성으로 깨달음을 얻는 과정은 매일의 순간을 받아들이는 태도로 불교에서 말하는 돈오점수頓悟漸修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서양 미술사는 캔버스에 합의된 시선의 규범으로 지나간 시간이 포함된 그리드를 가진다면 한지의 공간 안은 창작하기에 앞서 대상을 수없이 관찰한 노력이 내면으로 형성된 풍경의 흐름이 있다. 자연스레 번지는 안료의 특징과 일점 투시가 아닌 자연이 갖고 있는 모든 것을 수용하는 자세라 볼 수 있는 풍경은 창작인의 다스림이 필수이다. 공간의 가늠보다 관계로서 조화를 받아들이는 화면 안 풍경은 노자의 화광동진 和光同塵이다. 

작가의 선은 평면의 조화로서 표현된 조형과 동시에 반복된 행위로써 얻는 깨달음의 과정이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거창한 결정보다 일상으로 찾아오는 개인의 경험이 반복되는 것으로 무엇의 형상을 빌리지 않는 행위예술이라 볼 수도 있겠다. 나를 드러내기보다 이내 종이와 일치되는 익명으로 마치 동양화의 먹선처럼 작가의 의식구조는 구체적 욕망보다 반성이고 선이 쌓여 색상을 자제한다는 점에서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일정하게 나뉘지만 조금씩 달라지는 정서로 표현되는 아그네스 마틴의 작품 그리고 개인이 만나 보다 많은 해석을 원하는 피오나 배너의 작업과도 공통점을 지닌다. 개인이 포함된 다수가 연결된 사회,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대량 생산물의 범람이 놀라움으로 표현된 요소를 지나 지금의 동시대 포괄적인 입장으로 단정 짓지 않으려는 바람은 우리가 그것에서 어떤 것이라도 공감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작품 안의 조형은 현재 진행형이다.

 

 

최혜정 CHOI, Hae Jung

서울 대학교 학사/미대 조소과 2002년 졸업

Ecole Emile Cohl/ 멀티미디어 2009년 졸업

서울시립대학교 석사/디자인대학원 수료

  

개인전

최혜정 개인전 갤러리 BDMC , 파리 (2017)

<無速의 時>, 아트 스페이스 J cube-1, 경기도 (2017)

<최혜정 개인전> ‘어마전‘ Toit bleu, 서울 성동구 (2016)

<흔적의 합>, 가가 갤러리 (2016.5 18-24)

<생각의 흐름>, 갤러리 VODA, 인천 남동구 (2015.12)

<기다리기>, 가가 갤러리 (2015)

<시간의 틈>, 갤러리 파비욘드, 서울 용산 (2015)

<최혜정 개인전>, 공간 낯-선, 서울 관악구 (2014)

<새>, 갤러리 아우라, 서울 마포구 (2013)

< 이창 >, 가가 갤러리, 서울 인사동 (2011)

<이창I (FENETRE)>, Gallery SU, 서울 양재동 (2010)

 

그룹전/공모전/부스전

스프링 컬렉션 그룹 전시회 K & P 갤러리, 뉴욕 (2018) 

쾰른 그룹전, 갤러리 Kunstraub 독일 쾰른(2016. 11) 

<북북북> 그룹전, 인사동 가가 갤러리 (2015/10/7-13)

<큐브 앙데팡당전> 부스전, 아트앤맵 (2014.2)

<Art Sarada> 그룹전, 한일 작가 교류전, 삼청동, 서울 (2012.12)

Book Dantalion 그룹전, 한국 작가전, 일본 (2012.12)

평창축전, 공모/그룹전, 신상 갤러리, 서울 인사동(2011) 외

 

페어 

Artshopping (Paris, Louvre Caroussel) 2017, Codex (미국) 2017,

Bastille GMAC (Paris) 2016, 브리즈 아트 페어 2016, ASYAAF 2016,

오렌지 아트 페스타 (COAF) 2016, Affordable art fair (Hampstead) 2016

Acaf 2016, Turn the page 

 

아티스트 북

<새>, <잔상연습>, <Thought>, <이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