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주 개인전 '걷는 사람 Traverser' 2017. 3. 1 - 3. 19






어느 한 시점을 포착해 사각의 프레임 안에서 완성되는 이미지 라는 점에서, 사진이든 사실적인 풍경화든 특별한 차이를 발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다만 사진의 경우 프레임 안에서 보이는 사물의 형상이 명확하고 사물 간의 거리 또한 분명하여 지나간 순간을 객관화해 보여주는 반면, 회화는 그리는 이의 손이 절대적이다. 즉, 매 순간 달라지는 기억이 감성으로 변화하여 표현되는 것으로 그림 안의 붓터치는 그 너머의 무엇인가를 보여 주려는 듯 보인다. 그러나 갈수록 두 영역은 서로 닮아가는 성격이다. 화면 안의 사물들은 단순한 응시의 결과나 재현적 대상이기보다 내면적 표출로서의 성격이 더 강해지는 경향이 있다. 이 응시의 대상은 존재물로서 변화하고 지나간 시간의 기억과 만난다. 오늘날 매순간의 현실은 과학적 지식의 영향과 매스컴의 필터를 통과해 변화하며, 우리가 알던 어제의 순간은 더 이상 오늘의 진실이 아니다. 옳고 그름을 떠나, 이제 창작인의 생각이 중요시 되는 순간들은 동시대가 바라는 것이라면 그 무엇이든 표현될 수 있다.

이문주 작가가 만들어낸, 하늘과 땅이 있고 나무와 풀이 들어간 풍경은 여타의 다른 풍경화와 조금 다른 성격을 지닌다. 서사 구조가 드러나기에 쉽게 풍경이라 단정할 수 없고, 파괴된 장면임에도 지나치게 우울하다 말할 수 없는 경계의 풍경이다. 대부분 인물이 등장하며 근접 거리가 아닌 멀리서 관찰되는 양상으로 행동하는 모습, 특히나 어딘가로 걸어 들어가는 모습은 묵묵히 상황을 보여준다. 최근 형광빛이 강한 오렌지색이 더해지는데 이는 회화의 특성으로 작가의 감성이 두드러진다. 따뜻한 오렌지빛이 아닌 다소 표현주의적 붓터치가 긍정적이기보다는 부정적인 느낌을 주며 불안감을 형성시킨다.

작가는 2007년 해외 레지던시를 통해 지금은 역사의 현장으로 남은 독일 베를린 지역을 답사하며 도시가 갖고 있는 이념과 표상에 대해 생각할 기회가 있었다. 과거 공산정권의 흔적을 지우자는 쪽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보존하자는 견해가 대립되며, 현실에서 정치적 이념으로 변화한 건축물이 명확함과 불명확함을 오가는 개인의 기억이 축적된 역사가 되는 순간을 목격한다. 국내 역시 마찬가지이다. 보존과 허물기가 반복되는 순간이 경제 효율적 가치와 만나고 정치의 장으로 변화하는 순간은 여전하다. 작가는 이 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며, 무너지고 새로이 세워지는 장소를 카메라로 포착하고 그림을 그린다. 작가는 주로 재개발 공사현장을 목격하고 사진으로 촬영해 자료로 보관하며 콜라주를 도입해 새로운 장면으로 만든 회화작업을 선보여 왔다. 최근에 그는 10년 전의 사진을 재차 꺼내보고 그림으로 완성시키는데 그 안의 풍경은 여전히 멀리서 바라보는 관찰자의 시점이 돋보인다. 초록이 무성한 자연이 있으나 노스탤지어란 단어의 의미가 무색할 정도로 대부분 공허하다. 이곳은 누군가의 욕망에 의해 짓기와 허물어짐이 반복되는 공간으로, 어느 한 순간도 그냥 지나쳐 버릴 수 없는 공간이다. 경제적 효율성과 화려함으로 무장된 그리드 위로 펼쳐지는 도시화를 위해 낙후된 지역은 사라지고 개선된다. 저마다의 목적과 이윤 추구로 모인 사회와 문화의 소비로 이어지는 양상이 갈수록 획일화 되어 가는 것을 알고 있는 작가의 시점은 그렇다고 어떠한 방향을 강요하지 않는다. 단순한 건축물이나 장소가 아닌, 우리가 믿었던 신념이 또 다른 욕망과 힘으로 인해 무너뜨려지고 다른 신념이 세워지는 현장을 회화로 보여줄뿐이다.

이문주 (李汶周) Moonjoo Lee
2003 크랜브룩 아카데미 오브 아트 Cranbrook Academy of Art, 회화 전공 졸업 (미국 미시간주)
2000-2001 터프츠대학교 예술대학원 Tufts University Graduate School of Arts and Sciences 1년 수학 (미국 매사추세츠주 메드포드)
1999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원 서양화 전공 졸업
1995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졸업

개인전
2010 윈도우갤러리, 갤러리현대 (서울)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 릴레이전, 난지갤러리 2관 (서울)
2009 Cruise, 갤러리로얄 (서울)
2008 Palast der Republik & O2 World, 가인갤러리 (서울) Shadows of Reality, MK갤러리 (로테르담) Urban Detritus, 쿤스틀러하우스 베타니엔 (베를린)
2006 재개발지역 2, 국립창동미술창작스튜디오 (서울)
2005 재개발지역 1, 대안공간풀 (서울) 금호 영아티스트 선정: 풍경의 찌꺼기, 금호미술관 (서울)
1997 이문주 개인전, 인사갤러리 (서울)

주요 단체전
2015 인터로컬: 파라다이스 건설, 대전창작센터 (대전)
2014 낯선공간 낯선풍경, 63스카이미술관 (서울) 제6회 아트로드77 아트페어: With Art, With Artist!, 아트팩토리 (파주)
2013 한국현대회화 33인, 강동아트센터 (서울)
2012 코리안 아이: 에너지와 물질, 사치갤러리 (런던) 양평환경미술제, 양평군립미술관 (양평) 희망보고서, 호우무라갤러리 (삿포로) 한국현대형상회화, 관훈갤러리 (서울)
2011 No Object Is an Island, 크랜브룩미술관 (미시간 블룸필드힐즈) 아시아 현대미술 프로젝트: 시티 넷 아시아 2011,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No. 45 금호 영아티스트, 금호미술관 (서울) 청년미술프로젝트, 대구엑스코 (대구) 양평환경미술제, 양평군립미술관 (양평) 한국현대형상회화, 관훈갤러리 (서울) Do Window, 갤러리 현대 (서울)

레지던시
2010 쿤스틀러도르프 쉐핑엔 Künstlerhaus Schöppingen (독일 쉐핑엔) 2009-2010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서울)
2008 글로가우에어 GlogauAIR (베를린)
2007-2008 쿤스틀러하우스 베타니엔 Künstlerhaus Bethanien (독일 베를린) 2005-2006 국립창동미술창작스튜디오 (서울)
2003 비미스센터 Bemis Center for Contemporary Arts (미국 오마하)

작품소장
미술은행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경기도미술관 (안산) 크랜브룩미술관 (미시간 블룸필드힐스) 다임러 크라이슬러 (미시간 트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