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민 개인전 - 내안의 풍경 2013. 6. 5 - 6. 16

 

예술가가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그 자체로서의 과정도 중요 하겠지만 작품을 탄생 시키기 까지 다양한 생각이 모아져 작품으로 형성되는 것이기에 좋은 예술 작품으로 평가 받으며 인정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생각을 한다는 것. 그 출발점은 어떤 사물을 끊임없이 눈으로 관찰하는 행위인데 관찰되고 인식된 사물은 경험안 기억으로 저장되고 시간의 흐름과 함께 어느날 어느 예술가의 작품안 대상이 된다. 관찰된 대상을 사실적으로 재현 하는 리얼리즘 역시 보이는 사물을 그대로 옮기지는 못한다. 화가의 경험에서 비롯된 기억으로 인식된 사물이 현시점의 사물과 맞물려 인식되고 손의 행위로 작품으로 형성하는 것이다.
어떤 대상을 관찰해 그린다는 것은 기억된 것을 끄집어 내고 눈앞에 대상과 비교해 인식하는 행위가 반복되는 것인데 이런 과정의 바탕에는 무엇으로 쉽게 설명되지 못하는 예술가의 마음이 포함되는 것이기도 하다. 특히 감성을 필요로 하는 예술가들에게 마음이란 어느날 갚자기 찾아오는 것이 아닌 관찰에서 오는 경험안 기억의 사물을 표현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일까! 우리가 관람하는 작품들 대부분은 일상의 범주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정물과 풍경이 자주 등장한다. 아름다운 꽃을 보거나 들판의 나무와 산 그리고 하늘안 구름은 보는이의 감성에 따라 개별적으로 특별한 감정으로 변화 하지만 동시에 보편적 감수성이 수반 되기에 여전히 사실적인 재현회화가 인기를 얻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동시대로 들어오면서 이런 것들이 간소화 되고 추상으로 진입해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생각에 주안점을 두는 다소 난해해 지는 경향도 있지만 결국 작품들 대부분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안에 사물로 관찰되는 것들을 바탕으로 표현하는 것이라 해도 좋을 것 같다. 빈 공간에 무엇을 그려 넣어야 할까 하는 예술가의 고민은 결국 현실의 삶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기억속의 사물을 어떠한 관점으로 보여 줄 것인가에 대한 생각이 예술가들에게 예술적 영감으로 작용한 것이라 봐도 무방하다.

동양화를 전공한 박경민의 풍경은 이런 예술적 영감을 바탕으로 하는 결과물로 여겨진다. 화려한 색감을 뒤로하고 먹의 기운이 빚어낸 형상들은 벚꽃이 활짝 피고 날아가는 세떼를 표현한다. 낯익은 풍경 구도안에 어울리는 대상을 작가의 상상으로 그려 넣기도 하는 작품들은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넘나들며 단순히 보이는 풍경으로 그치지 않고 마음으로 볼 수 있는 풍경을 선보인다. 작가는 그 옛날 선인들이 그래왔던 것처럼 자연과 하나 되는 마음으로 현장사생을 즐기며 대상들을 기억하고 낯익은 일상적 풍경 구도를 만들어 낸다. 작품‘벚꽃 날리는 봄날’에서 벚꽃이 아름답게 만개한 어느 공간. 나무 숲 사이로 벤치에 앉아 휴식을 즐기는 사람의 모습이 보인다. 대상을 클로즈업 시킨 수평적 구도와 함께 멀리서 관찰되는 모습으로 누구인지 알 수 없어 화면 전체는 낯익지만 동시에 낯설다. 색감이 주는 화려함 보다 먹으로 표현된 형상이 화면안 빛과 어우러져 묘한 신비감을 더하는데 그냥 지나칠 수 있는 낯익은 풍경이 작가의 시선으로 포착되 작품으로 변화하는 순간이다. 작가는 무엇을 담아내려 한 것일까? 눈앞으로 펼쳐지는 대상과 기억하는 대상을 함께 인식해 그려내는 과정은 지금 관점에서 본다면 지진한 노동의 과정이라 볼 수도 있다. 화폭으로 나타나는 형상이 너무나 일상적인 것이기에 더욱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것은 단순히 보이는 형상을 단련 시켰다기 보다 실재하는 대상과 기억으로 인식되는 대상을 비교 실험하는 것으로 외관으로 오는 형상의 표현 넘어 본질을 담아내기 위한 것으로 작가의 노력은 계속 되어야 한다.
작품으로 나타나는 빛과 함께 어우러지는 흑백의 사물들. 나무와 인간 그리고 날아가는 새들은 일상의 범주안에서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 상호 보완되는 것으로 자연을 바라보는 작가의 진지한 태도를 엿볼 수 있는 공간 이기도 하다. 지금 보이는 벚꽃 나무의 풍경은 현재의 공간이나 지나간 시간이 있어 현재가 공존 하며 앞으로 다가올 우리의 미래도 들어간 대기의 흐름이 있는 풍경의 공간이다. 자연을 표현하는 작가의 형상은 정확 하지만 그것 자체로서 목적이 아닌 대상의 본질을 담아내고자 하는 노력의 결과인 것이다. 이곳은 거대한 자연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순리 앞에 인간의 삶 또한 자연의 일부임을 확인하는 자리이며 삶에서 오는 인간의 욕망도 함께 표현되는 공간이다.
박경민의 풍경화는 전통의 범주에서 오는 형상과 현대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함께 하기에 우리의 일상적인 삶의 테두리 안에서 자연을 관찰하고 허구의 대상을 상상으로 그려 넣어 풍경화로 재구성 한다. 그리고 이러한 시각은 예술가의 마음으로 동화되어 작품을 완성한 것 이기에 동양화를 선보여온 작가의 예술적 영감은 무한하며 우리는 그러한 작품을 감상하기에 즐거움과 위안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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