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진 개인전 - 비가시적 공간을 위한 변주(變奏)

2013. 5. 8 - 5. 19


박정수(미술평론)

유정진 작가의 작품을 보기 위해서는 “Invisible”이라는 단어에 주목해야 합니다. in(~이 없는)+visible(시각적인)의 합성어로서 “보이지 않는” “드러나지 않은”으로 해석이 되는 단어입니다. 그의 작품에 대입하면 ‘존재하지만 설명 불가능 한’ 또는 ‘무형의 가치’에 대한 접근 정도로 이해 가능합니다. 간단히 말해서 그녀는 존재하지만 설명 불가능한, 있으나 보이지 않는 어떤 무형의 가치를 유형의 이미지로 드러내는 작업을 시도합니다. 어쩌면 그녀의 작업 자체가 동양의 무위(無爲)에 연결되어 있어 보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조금 더 확장하면 동양의 자연주의와 맞닿아 있습니다.

노자(老子)의 도덕경 63장에는 “爲無爲 事無事 味無味 大小多少…” 라는 말이 나옵니다. 무위(無爲)라는 말은 노자 철학의 중요한 말로서 세상의 모든 이치는 인위적인 행위와 관련 없는 순환법칙을 말합니다. 자연의 법칙에 의해 자연히 이루어지는 상태를 말합니다. 이 말은 “있으나 있지 않은(爲無爲), 인위적이지 않고(事無事), 세속적이지도 않으며(味無味), 서로 상호보완 하는(大小多少)…” 으로 의역이 가능합니다. 이를 그녀의 작품에 대입하면 명확히 있음은 이해되나 그것을 설명하기에는 어려운 것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고자 있습니다. 정신에 대한 본래의 가치를 찾아갑니다. 삶에 대한 정신적 근원을 이야기 합니다. 우리는 흔히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은 가슴에 있다고 이야기 합니다. 그러나 가슴에는 기억세포가 없습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은 분명한데 어떤 물질이나 말을 통하지 않으면 잘 알지 못합니다. 살갗을 부댖거나 말로 소통하거나 눈으로 바라보는 것 말고도 무엇을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찾아갑니다. 이것이 유정진 작가의 추상회화입니다. 추상회화를 보면 우선 어렵다는 말부터 하게 됩니다. 중요한 무엇인가를 발견하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봐야할지를 모르는 상태에 이르게 됩니다. 그렇지만 의미와 의도를 찬찬히 알아 가다보면 그곳에서 무한히 확장할 수 있는 정신과 예술가의 정신적 가치를 발견하게 됩니다.

2011년의 작품에서는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가치를 찾아갑니다. 붉은색을 배경으로 존재와 비존재, 있는 것과 없는 것과 같은 대립의 관계를 이야기 합니다. 붉다가 검어지는, 검다가 붉어지는 색들은 어두운 밤에서 새벽의 빛이 스미는 자연 현상과 비슷합니다. 여기에 생경스러운 물질이 삽입됩니다. 주변 환경에 배속되어 있는 듯 하나 그것은 언제나 독자적으로 자리합니다. 본인 일수도 있고, 누군가를 대변하는 상징이기도 합니다. 때로는 아무것도 아닌 만만한 그냥 존재하는 대상이기도 합니다. 그러다 점차적으로 상호 독립된 상태에서의 상호보완을 찾습니다. 하나이면서 둘인, 둘이면서 더 큰 하나가 되는 동양정신에서 말하는 ‘태극의 원리’와도 흡사합니다. 이것이 Invisible-Ⅱ 시리즈입니다. Invisible-Ⅲ 시리즈에 이르면 원으로 형성되는 순환의 고리가 생성됩니다. 원들은 서로 이어져 보이나 단절되어 있습니다. 단절되어 있으나 그것은 커다란 하나의 구조물이기 때문에 하나입니다. 분리되어 있으면서도 분리되지 않은, 둘이면서 하나인 자연의 섭리를 따라갑니다. Invisible-Ⅲ-6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순환의 구조를 원으로 이해하다 문득 온전한 평면에서 가치를 찾기 시작합니다. Invisible-Ⅲ에서 Invisible-spirograph series로 이행해가는 과정의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형이 없는 무엇인가를 보이게 하거나, 존재하지만 확인되지 않는 것을 확인할 수 있게 하려면 정신을 그림으로 옮겨낼 수 있는 오묘한 기술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이미지에 미술가의 창의성과 자신의 정신에 있는 형상을 끄집어내야 합니다. 여기에 유정진의 탁월성이 발휘됩니다. 관찰할 수 없는 ‘어떤 무엇’을 관찰할 수 있는 예술기질이 있습니다. 이전까지 어떤 사물을 활용하여 자신의 의미를 강화시켰다면 Invisible-Ⅲ-6 이후에는 외부의 사물을 활용하지 않는 상태에 이릅니다. 없음을 만들기 위해 있음(막대나 여타의 사물)을 사용합니다. 이 시기를 지나면 없음 그 자체가 존재의 것으로 전환됩니다.

2013년에 형성되는 그녀의 스피로그래프(spirograph) 시리즈는 자연의 순환을 이야기 하듯 불특정의 문양을 특정의 권능으로 탈피를 합니다. 둥근 톱니바퀴 안에 구멍 뚫린 작은 톱니바퀴가 돌아갑니다. 구멍에 끼워진 펜에서는 끝을 모르는 선들이 그어집니다. 일정한 반복인 것 같지만 선은 같은 길을 가지 않습니다. 무한한 변화의 공간이 형성됩니다. 누구나 비슷한 길을 가지만 같은 길 하나 없는 인생과 비슷합니다. 증명할 수 없으나 존재하는 삶의 가치입니다. 그러면서 형이 만들어 집니다. 마음에서 그려진 선들은 선(line)이 아니라 공간(space)이 됩니다. 존재가치에 대한 탐구이면서 생성과 소멸을 하나의 것으로 바라보는 그녀의 시각입니다. 언제나 새로운 길을 가는 그녀의 여정입니다.

 

 

유정진 Jungjin You

2003 Central Saint Martins College of Art and Design, Fine Art 석사(MA), 런던

2002 Chelsea College of Art and Design, Fine Art (Pg-Dip 과정수료), 런던

2000 덕성여자대학교, 서양화과 학사(BA), 서울


개인전

2013 <비가시적공간을 위한 변주>, 도올갤러리, 서울

2012 신진작가기획전 <Being in the Dark>, 갤러리도스, 서울

 

단체전

2012 이웃사랑문화나눔展,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 서울

2012 959예술가들 Grand opening, toka아트팩토리, 서울

2012 갤러리도스 기획전<감정유발자들>, 운모하terrace, 서울

2012 프로젝트 보고展 <예술가의 프리즘>, 갤러리이드, 청주

2012 Young Artist Exhibition, 갤러리이레, 파주

2011 The New Faces at Next door, 옆집갤러리, 서울

2011 <사선을 넘다>展, 삼청갤러리, 서울

 

아트페어

2013 California Long Beach Art Show, Hancock University Art Center, 캘리포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