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원의 한국소나무 2012. 8. 22 - 2012. 9. 2

갤러리 도올, 한벽원갤러리

한국의 소나무, 그 육화된 정서와 표현

김상철 (동덕여대 교수. 미술평론)

작가 김상원의 작업을 견인하는 핵심적 주제는 단연 소나무이다. 용틀임하듯 구불거리며 하늘로 뻗어 오르는 독특한 소나무는 바로 그의 작업을 구성하고 있는 형식이자 내용이라 할 것이다. 그의 소나무들은 우뚝하고 청정한 기상을 드러내기 보다는 휘어지고 구부러진 양태를 통하여 세월의 질곡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것은 얼핏 대상으로서의 소나무가 아니라 일정한 인성(人性)이 투영된 또 다른 객체로 읽혀지기도 한다. 서로 호응하듯 기대고 의지하며 오랜 풍상을 이겨내고 서로 가지를 벌려 햇빛을 받아들이며 군락을 이루고 있는 소나무의 양태는 정녕 인간 군상의 그것을 연상케 한다. 자연이라는 조건에 의해 빚어진 이 독특한 식생이 바로 작가의 작업의 기저를 이루는 핵심적인 요소인 것이다.
사실 소나무는 우리 민족과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 우뚝하고 늘 푸른 기상은 신성(神性)과 절개의 상징으로 여겨졌으며, 소나무를 삶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으로 삼고 있는 우리 민족이기에 소나무를 ‘겨레나무’라고 까지 하였다. 그러므로 고래로 적잖은 이들이 소나무를 예찬하고 찬미하였다. 작가는 그중 경남 동남쪽에서 발견되는 특징적인 수형의 소나무들을 집중적으로 화면에 담아내고 있다. 경주를 비롯한 고도(古都)의 왕릉이나 명승에서 발견되는 소나무들은 그렇게 풍상에 씻겨 구부러짐이 심한 독특한 형상을 지니고 있다. 시간의 흔적들을 고스란히 온 몸에 기록하며, 자연의 커다란 질서의 운행을 어김없이 그 속에 새기고 있는 작가의 소나무들은 바로 이 땅을 지키며 살아 온 또 다른 삶의 표징인 셈이다.
작가가 소나무와 대면하는 방식은 대단히 흥미롭다. 대형 화폭을 들고 직접 소나무와 마주하며 현장에서 작업을 진행하는 그의 작업 방식은 단순한 소재의 선택이라는 제한적 의미를 넘어서는 것이다. 굳이 이러한 수고를 서슴지 않는 것은 작가가 단순히 소나무라는 객체의 식생과 그 외형에 관심을 두는 것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현장에서의 작업을 흔히 사생(寫生)이라 설명한다. 사생이라는 말은 단순히 대상의 외표를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지니고 있는 생기(生氣)를 포착하여 표출함을 말한다. 대자연의 모든 것이 생명이라는 동일한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그것은 현상에 의해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직관에 의해 인식된다는 동양적 사유가 바로 사생의 근저에 깔려 있는 것이다. 이는 일종의 사유이자 사변이며 관념이다. 작가의 소나무가 단순히 객관적인 대상으로서의 소나무로 읽히는 것이 아니라 인성을 전제로 한 함축의 상징의 실체로 다가오는 것은 바로 이러한 연유일 것이다. 현장을 직접 찾아 작업을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일련의 과정은 작가에게는 일종의 의식과도 같은 것이다. 그것은 자신의 생명력을 바탕으로 자연의 또 다른 생명력과 교감하는 것으로, 바로 대자연과의 조우를 의미한다. 이에 이르면 주체인 작가와 객체인 소나무와의 간극은 해소되고, 오로지 생명과 기운이라는 또 다른 가치에 의한 교감이 있을 뿐이다. 물아일체(物我一體)는 바로 이러한 내용에 대한 설명이라 할 것이다.
이미 대상으로서의 소나무가 아닌 생명을 전제로 한 교감의 대상이기에 작가의 화면에는 현실의 번잡스러움은 제거되고 있다. 그것은 일종의 자연의 이상화를 통해 자신의 의식과 사유를 개진하는 것이다. 이는 작가의 작업이 단순한 구상의 소재주의에 함몰되는 것을 경계할 뿐 아니라 다른 작가들의 작업과도 차별성을 지니는 특징적인 내용이다. 작가의 화면에는 습윤한 공기가 충만하다. 그것은 마치 뿌옇게 흐린 안개나 노을처럼 은근하지만 화면 전반을 현실에서 이상의 아득한 곳으로 보는 이의 시선을 인도하고 있다. 그것은 어쩌면 작가가 현장에서 온몸으로 체험하고 집요하게 관찰하여 포착한 생기의 표현인지도 모른다. 이는 원근과 투시의 합리적이고 고전적인 공간 구성의 법칙은 물론 섬세하고 세부적인 재현과 묘사의 기능적 발현에 앞서 작가가 가장 절실하게 표출하고자 하는 가치일 것이다.
사실 작가의 화면에서는 원근과 투시의 합리적인 운용이 두드러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평면을 지향하는 듯 한 독특한 공간 운용이 돋보인다. 자주 빛과 보라, 그리고 푸른빛이 어우러지면서 이루어내는 화면의 공간은 물리적인 깊이를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몽환적이고 신비로움을 더하고 있다. 이는 이미 재현과 묘사라는 구상 회화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을 넘어서 자연의 주관화, 이상화의 단계에 접어들고 있음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이에 더해지는 짧고 빠르며 반복적인 필선들의 집적은 작가의 화면을 더욱 독특하고 개성적인 것으로 끌어 올리고 있다. 작가의 이 독특한 필치는 일반적인 터치(Touch)와는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다. 짧고 빠른 선들을 반복적으로 잇대어 사용함으로써 소나무 등 자연의 형상을 구축하고 화면의 깊이를 더함은 일반적인 붓의 사용과 크게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작가는 이를 통해 화면 전반을 넘나드는 독특한 운율과 리듬 같은 것을 표출해 내고 있다. 이러한 독특한 운필을 통한 필 촉의 집적은 그저 재현을 위한 묘사의 방편이 아니라 바로 이러한 운율을 형성하기 위한 작가의 고민에서 비롯된 성취라 할 것이다.
작가에게 있어서 소나무는 어쩌면 그저 재현의 대상, 표현의 소재가 아니라 이미 육화(肉化)되어 자신을 대신하는 또 다른 모양일 것이다. 그리고 그 자신은 개인의 삶과 예술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소나무가 그러하듯이 이 땅의 사람들이 품고 있을 아련한 감성의 또 다른 상징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라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자연과의 직접적인 대면을 통해 그 생기를 포착하고, 이를 통해 오랜 시공을 거쳐 형성되어진 시간의 역사를 확인하고 이를 자신만의 언어를 통해 시각화 하는 것은 결국 자신이 속한 시공의 내용들에 대한 정체성의 확인에 다름 아닌 것이다. 작가의 화면이 익히 익숙하지만 새롭고, 거칠고 투박한 듯 하면서 정겹고 흥미로운 것은 바로 이러한 소이일 것이다. 그러하기에 그의 작업이 지니고 있는 특질과 내용에 대해 ‘한국의 소나무’라는 말로 함축하여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김상원 Kim, Sang won 金常元

충북대학교 및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졸업

주요 개인전
1972 (15세) 유미다방 (울산)
1992 갤러리 도올
2005 서호갤러리
2005 공화랑
2006 공화랑, 서호갤러리
2007 관훈갤러리
2009 갤러리 이즈
2010 인사아트센터
2011 갤러리도올 초대-김상원의 한국 소나무
2012 갤러리도올 초대-김상원의 한국 소나무

아트페어
한국국제아트페어 (KIAF 2007·2009 2011 2012, COEX)
화랑미술제 (2008, 2009, 2011 BEXCO, COEX)
서울오픈아트페어 SOAF (2009,2010,2011 COEX)

현재 전업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