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희 The Specific Site 2012. 5. 30- 6. 10


리얼리티와 ‘장소성’을 통한 삶의 회화적 표현

유재길 (홍익대교수.미술평론)

황정희의 회화painting세계는 현실적이면서 내적인, 동시에 무한을 동경하는 침묵의 공간을 구축하려는 작업으로 그림을 그리는데 무엇보다 그는 창조적 상상력을 중요시 한다. 특히 회화에서 ‘특정 장소성’specific site을 강조하고 있는 그의 독자적 해석과 내밀한 기록의 일상적 표현으로 투명한 효과의 조형성, 그리고 사실성reality으로 이미지의 사실적 묘사와 삶의 의미를 담는 회화적 은유metamorphose는 그의 가장 중요한 시각적 조형언어가 된다.
그의 화면에 자주 등장하는 이미지는 햇살 가득한 수영장과 물 위에 비친 파라솔, 그리고 실내의 의자들과 거리의 풍경 등, 빛과 그림자 속에 잠겨있는 듯 정지된 일상의 순간들이다. 소재가 되는 실내 수영장은 푸른색의 물기를 머금고 있으며, 흰 벽과 의자만이 그려진 실내정경은 주인공이 익명의 사물들이다. 작품에서 독립적인 개개의 사물들은 밝음이나 어둠 속에 갇혀 정지된 상태를 보여준다. 피아노 연주자가 있는 실내 풍경이나 사람들이 몰려다니는 거리 풍경도 느낌은 같다. 물 위나, 물 속, 의자, 거리, 가로수, 사람들, 빛과 그림자 등 모두 무언가에 갇혀 움직임이 없다. 작가는 숨이 멈추듯 정지된 이곳을 자기만의 세계를 담는 회화적 ‘특정 장소’라고 말한다.
이러한 그의 주제와 내용적 측면에서 장소성은 매우 중요하다. 그려진 형상의 이미지는 이중적 의미를 갖는다. 하나는 보이는 그대로의 현실적 장소이며, 또 하나는 비현실적인 장소들로 추상적 삶의 이야기이다. 빛과 그림자의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시킨 이미지들은 수영장과 거리, 실내의 모습으로 단순하며, 정지된 시간의 흔적처럼 우리의 시선과 생각을 붙잡아 둔다. 그가 선택한 소재들은 단편적이며, 일상의 이미지들이다. 이것을 작가는 일상의 평범한 장소로 기록하면서 나아가 그의 말처럼 ‘삶의 압축’이라는 회화적 과정으로 그 의미를 담고자 한다. 수영장과 거리의 풍경, 인물들, 그리고 의자와 같은 평범한 사물들은 일차적 사진 작업과 이미지 필터링의 회화적 과정을 통해 ‘삶’이라는 특정 장소의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근작에서도 장소성 문제는 가장 강조되는 부분이다. 그의 박사학위 논문에서 밝히고 있듯이 장소성이란 “회화를 매체로서의 공간보다 하나의 장field으로 파악하고 특정사건이 진행되는 곳”으로 주목하고 있다. 이러한 해석은 자신이 추구하고자 하는 회화란 결국 “우연과 물질, 행위의 흔적, 그리고 표면은 사건의 현장으로 ‘장소’라는 것”이다. 특정 장소뿐만 아니라 삶의 의미 탐구로 이미지의 장소성을 언급한다.
한편 장소성의 해석과 함께 그의 회화적 조형언어로 주목되는 것은 사실성이라는 리얼리티 문제이다. 그는 회화의 규범적인 것, 즉 평면적 공간에 사실적 묘사나 이야기의 리얼리티에 주목한다. 일상의 기록물처럼 풍경의 단색조 작업과 평면화시킨 세부 묘사는 사물의 실재감을 돋보이게 한다. 이러한 사실성은 리얼리즘의 전통적 양식을 계승하는 동시에 신사실주의 개념을 도입한다. 눈에 보이는 그대로의 형상을 입체적이 아닌 평면적으로 묘사하면서 반복적 선묘를 통한 구조적 공간을 드러내 보여준다.
이는 평면적 회화가 삶을 그리는 공간의 작업으로 변하면서 장소성과 함께 새로운 리얼리티 표현으로의 변신이다. 사실성의 실험적 표현은 정적인 느낌으로 정지된 화면과 침묵의 공간을 탄생시키며, 회화적 리얼리티의 고유한 특성을 살리고 있다. 이는 작가 자신이 강조하고 있는 삶의 표현 과정으로 개체와 개인성이 강조되는 모더니스트의 태도이다. 일기의 내밀함을 그려내듯 자기 환원적 회화는 평면성과 구조적 공간을 갖추게 된다.
리얼리티의 현실적 풍경과 사물들은 우리로 하여금 이것이 무엇인가보다 어떤 사건, 어떤 일이 있어났는지를 생각하게 하는 연극적 풍경으로 보는 사람인 ‘나’를 그 속으로 끌어들인다. 마치 하나의 연극처럼 그의 회화는 무대가 바뀌듯 자연스러운 변화를 갖는다. 표백 처리된 색채와 형태를 통해 그는 미의 고전적 가치를 보여주며, 나아가 장식성과 함께 직관에 의한 감각적 표현으로 리얼리티의 탈출구를 모색한다. 직관의 미적 가치판단은 화가의 무책임에서 벗어난다. 작품을 보는 우리 역시 보는 ‘나’로 하여금 판단을 시도하게 된다. 회화적 가치로 이미지와 평면의 구조적 공간 구성, 그리고 삶의 내밀한 이야기를 담는다는 작가의 의지는 미적 판단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의 그림은 결코 복잡하거나 난해하지 않다. 정제된 풍경과 사물의 표현이 점점 더 세련됨과 우아함으로 매혹적으로 변화한다. 그렇다고 장식적 기교나 화려함에 빠지며 자만하지 않는다. 오랜 시간 작가적 고뇌를 담는 빛과 그림자의 대립적 효과를 살려내면서 밝은 빛이 주도하는 명암을 통해 빠른 시간의 혼란이 거친 후 고요의 정적인 세계가 돋보인다. 또한 회화적 특성으로 언급되는 장소성site와 사실성reality, 은유metamorphose는 사색하는 침묵의 공간을 만들어 내며, 나아가 그 속에서 관객인 감상자는 속삭임과 상상의 날개를 펼친다. 일상의 친숙함 속에 낯 설은 표정을 그리며, 나아가 순간적 포착의 사진 같은 리얼리티로 풍요와 금욕적인 삶의 회화적 표현으로 높은 평가를 받을 그의 작가적 상상력에 공감을 하면서 나아가 황정희의 또 다른 미적 모험을 기대하게 된다.


황 정 희 黃 晶 熙 HWANG JEONG HEE 1973~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동대학원 졸업, 동대학원 미술학 박사학위 취득.

개인전
2012. 6 갤러리도올 The Specific Site 개인전 외 8회

단체전 1998~ 이후 다수 참가 :
원더풀 픽쳐스 (일민미술관), unique & useful (인터알리아) , 알토 아트페어 (부산 센텀 호텔), 맵핑코리아 (일주아트센터),
뉴페이스전 (장흥 토탈미술관), 독립예술제 (예술의 전당), 서울 현대미술제 (미술회관), 대한민국미술대전 (국립현대미술관),
매거진 Art 지상전 등. 아트& 프로젝트(Art & Project)와 기업은행 리노베이션 참가

아트페어
2011 SOAF아트페어_서울 coex 갤러리도올, 아시아 탑 갤러리 호텔아트페어_서울 하얏트호텔
2012 화랑미술제_서울 coex, BAMA 부산 국제 화랑미술제_부산 센텀호텔 갤러리 도올
2004, 2006: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