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서현 'Shift' 2012. 5. 16 - 5. 27


손서현 작가의 작품은 익숙한 듯 하면서도 낯선 풍경으로 우리를 이끈다. 일면 우리에게 친근하게 느껴지는 작품 속 건물과 계단들은 우리의 시선과 감각을 고정된 한 공간에 안주하게 하지 않고 이내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도록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shift scene#>시리즈 속의 공간은 영속적인 공간이 아닌 순간의 변주로 형성된 일시적 공간이다. 하지만 각각의 작품들은 분명히 모두 다른 곳을 표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이질적이기 보다 어느 지점에선가 묘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러므로 여기서 ‘전이(shift)’는 단순히 한 곳에서 다른 한 곳으로의 단선적인 이동이나 전환이 아닌 보다 매끄러운 유기체적인 움직임이다. 작품 속의 공간들은 따뜻함과 차가움, 혼돈과 질서, 어둠과 밝음, 상승과 하강과 같은 상반되는 개념들을 하나로 묘하게 뒤섞고 있다. <passage I-tem>에서 볼 수 있는 개별적인 사물과 색채의 혼합들은 우리로 하여금 어떤 공간으로도 진입할 수 있고 또 빠져 나오기를 반복하게 할 수 있는 일종의 이동장치들이다.
1943년에 발표된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의 소설 ‘유리알 유희(DasGlasperlenspiel,TheGlassBeadGame)’에는 이상향인 카스탈리엔에서 행해지는 유리알 유희라는 가상의 놀이가 등장한다. 이것은 수십 개의 철사를 친 틀 속에 갖가지 크기와 빛깔과 모양의 유리알을 배열하는 것이다. 음악에 비유하자면 철사줄은 오선보의 역할을, 유리알은 음 하나하나를 의미한다. 기존 학문과 문화의 경계를 허무는 통합적 사유를 지향하는 이 과정에서 서로 다른 유리알은 지속적으로 변조하면서 발전, 변화, 조화, 대립, 대조된다. 그리고 이것은 말하자면 화가가 팔레트의 물감들을 가지고 화면에서 유희하듯 펼쳐내는 그 과정과도 맞닿아 있다. 손서현 작가가 현실과 허구가 뒤섞인 이미지와 공간 그리고 색채들을 조심스럽게 배열하고 이를 분리 혹은 연결하면서 형성되는 작품 속 공간들은 헤세의 유리알 유희, 즉 하나의 정신적인 놀이와도 같다.
작가는 2006년~2008년에 선보인 <욕망실현도구 I-tem>나 <portraiture I-tem>에서부터 지속적으로 게임, 즉 놀이에 대한 관심을 표명했다. 일련의 <I-tem>시리즈는 현실 세계와 게임이라는 가상 공간 사이의 간극에 대한 사유에서 비롯된 산물이었다. 2010-2011년에 제작된 <parascape>와 <scene #>이후 유기체와도 같은 그 정신적 놀이는 보다 더 다양한 공간의 형태와 색채로 분화하여 이번 신작에서 다루어지는 것이다. 작가가 화면에서 풀어내는 공간과 색채의 유리알 유희는 호모 루덴스(Homo Ludens) 즉, ‘놀이하는 인간’의 모습으로 우리를 이끈다. 문화보다도 더 오래된 인간의 본성이 바로 ‘놀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결국 작품에서 행해지는 이 놀이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요동치는 세계와 그 속에서 살아가는 나와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재설정하는 자아성찰과 사유의 행위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렇기에 현실과 다른 곳으로 느껴지는 그녀의 공간은 결국 우리 안에 잠재되어 있는 어떤 공간일지도 모른다.

주민선 (미술사, 미술비평)


손서현 Sohn Seo Hyun

2009 이화여자대학교 일반대학원 서양화 전공 졸업
2006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대학 서양화과 졸업

개인전
2011 parascape-잃어버린 지평선, 미술공간 現, 서울 (신진작가 전시지원 프로그램)

그룹전
2011 공간의 위상, 텀 갤러리, 서울
마음을읽는그림, 나무아래오후 갤러리, 가평
2010 MOVINGON ,백해영갤러리, 서울
미처 깨닫지 못한, 갤러리 이우, 서울
2009 원더풀픽쳐스, 일민미술관, 서울
푸른섬으로의 여행, 갤러리 H-현대백화점 미아점, 서울
첫번째실험, 서교예술실험센터, 서울
공간이동, 자이갤러리, 서울
2008 서교난장, Television 12, 서울
MythinUs,도호쿠예술공과대학 갤러리, 야마가타, 일본
ASYAAF-Whenwefirstmet,옛 서울역사, 서울
우리안의신화, 토탈미술관, 서울
2007 인미공“열” 전, 인사미술공간, 서울
0과 1의 경계에서, 그라우 갤러리, 서울
시사회, 대안공간 팀 프리뷰, 서울

프로젝트 및 워크샵
2011 허스토리 변주곡-Shifting Surfaces, 아트선재미술관, 경주, 한국
2010 허스토리 뮤지엄프로젝트-2010 미디어 시티 서울, 이화여고 심슨관, 서울, 한국
2009 별헤는 거리-강남구 도시갤러리 프로젝트 ‘우수작’ 선정, 서울, 한국
2007 신진작가수첩-인미공 워크샵, 인사미술공간, 서울 한국
2006 EnjoyMoving-design_network_asia,안양예술공원, 안양, 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