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아롱 개인전 -‘나를 잊지 마세요’ 2012. 3. 21- 4. 1


전시 “나를 잊지 마세요”에는 서로 상반되는듯하지만 그림 속에서 큰 축을 이루면서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두 개의 모티프가 있다. 그것은 ‘운명의 여신은 용감한 자를 사랑한다’를 의미하는 Fortes fortuna juvat라는 라틴어 문구와 ‘나를 잊지 마세요’를 뜻하는 물망초이다. 이 Fortes fortuna juvat는 금판에 새겨져 있기도 하고 비석에 적혀있기도 하고 또 화면의 절반을 압도하는 거대한 벽에 씌어있기도 하다. 물망초는 그림속의 여성이 거의 항상 들고 나타나는 꽃이다. 지금 그림 속에 등장하는 여성은 이제는 안락하고 평화롭기만 했던 소녀 시절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홀로서기를 시작하고 있다. 세상 밖으로 나아가면서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과제들에 용감하게 맞서 투쟁할 각오를 ‘나를 잊지 말라’라며 조용히 외치고 있는 것이다. 이 그림 속의 여성은 나 자신이다. 나의 지극히 사적이며 일상적인 사건과 이야기들은 신화와 전설, 우화, 꽃말, 종교 등의 상징과 함께 그림 속에서 뒤섞인다. 삶은 미묘하고도 은밀한 기호들의 천국, 의미의 축제와도 같은 그 어떤 것(바르트)이라 하였다. 하찮은 일도 마치 운명과도 흡사한 그 무엇으로 생각해 이내 중요한 사건으로 변형시키고 운명의 의미의 유희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삶 속에 숨어있는 은밀한 기호들, 그리고 운명의 의미를 발견해서 이 삶의 축제를 즐기는 것은 궁극에 나 자신을 발견하고 나 자신의 신화를 완성해나가는 것이다. 이렇게 그려진 나의 자전적 회화 작품들은 내가 나로부터, 내가 당신으로부터, 그리고 내가 세상으로부터 잊혀지지 않기 위한 투쟁이리라. - 작업노트 중에서

●정아롱의 그림 안에는 작가 자신으로 추측되는 여인이 물망초 꽃을 들고 정면을 응시하거나 자신인 그녀가 어떤 남자를 바라보며 무심히 서있는다. 화면 우측으로 정장을 입은 남자가 보이는데 풀숲과 꽃 사이로 얼굴이 가려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묘한 인상을 남긴다. 이전 작품 에서도 작가는 자신을 그림 안으로 끌어드려 그녀 자체를 소재로 사용하며 의미를 담고 있는 상징적 도상을 그 안에 함께 섞어 놓았었다. 그녀를 중심으로 나타나는 상징적 도상들은 마치 그리스 신화나 고전명화를 연상케 하는데 이런 것들을 주시하다 보면 관람객은 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꼭 찾아야 할 것 같다. ●작가는 관람객을 위해서 인지 아니면 그녀 자신을 위함인지 알 수 없는 상징적 요소들(라틴어 문구 Fortes fortuna juvat, 물망초, 월계수나무와 금잔화)을 작품안에 넣어 지만 그런 것들을 안다고 해도 그림과 관람객과의 소통은 쉽게 이루어지기 힘들다. 본래 의미를 갖고 있는 상징적인 도상과 그녀 자신을 반복적으로 그림 안에 등장시킨 이유는 무엇인가! 고전명화에서나 있을 법한 형상이 왜 이 그림들 안으로 나오게 된 것일까?
●인간의 모습을 하고 나타나는 그리스신화를 예로 들어보자. 그리스 신화는 신들이 하나같이 인간의 모습을 하며 살아가는 그들에 일상적인 이야기거나 영웅적인 일대기로 나타난다. 다양한 신과 인물, 동식물과 자연현상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고 그 안에서 신들과 주인공들은 다양한 상징성을 만들어 내며 그들의 존재는 더욱 부각되고 정체성을 가진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들의 상징성을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이야기 하지 않는데 그들의 상징성은 등장하는 이야기 속에서 끝임 없이 변화하는 어떤 대상물을 통해 만들어진다. 처음 시점에서 서로 관련 없이 독립적으로 존재했던 요소들이 서로 연결고리가 되어 흡수되고 새로운 상징물을 만드는 것이다. 이것은 결국 대상물들이 가지고 있던 본래의 속성이나 의미는 사라지고 새로운 의미를 이어받아 재탄생되는 과정을 얘기한다. ●이 작가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림 안에 들어간 물망초나 비석문구 Fortes fortuna juvat 와 같은 도상을 반복적으로 제시 하는데 이것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그녀만의 작품안 도상으로서 작용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그녀 자신만의 주관에 의한 상징성들이 해석되고 그것들의 고유한 성격은 사라지면서 서로 결합되고 그녀의 작품으로 완성된다. 여기서 작가가 원하는 데로 그려넣은 도상들의 본래 의미를 밝히는 과정은 그리 중요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작가의 의도로 심어 놓은 도상의 의미를 배제 시키려는 것은 아니다. 도상이 갖고 있는 상징적 의미를 하나씩 찾기 보다 이들이 모여저 하나를 이루는 그림이 갖고 있는 전체적인 이야기를 살펴봄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작품 전체에서 보이는 도상들은 작품의 부분들에서 나타나는 개별적인 의미와는 다르게 나타나며 각각의 이미지들과 의미관계가 변화되면서 작품 전체의 이미지로 이 작가의 이야기는 파악된다. ●결국 다양한 도상들의 반복과 상대적인 상관관계를 가지고 자신의 내면을 성찰 시키고자 하는 작가는 자기 자신의 경험에서 비롯된 상징물을 통해 작품으로 재구성 하고 그녀만의 이야기를 완성해 나간다. 그래서 작품들은 개인사적이고 정아롱 작가만의 신화이며 그녀의 자전적 이야기는 계속 된다. 그리고 작품은 그녀의 삶 속에서 은밀한 기호로 작용하며 우리는 이러한 정아롱의 작품을 감상하게 된다.


정아롱 Arong Chung 鄭雅瓏

2006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회화과 졸업
2004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졸업

Solo Exhibition
2007 <Her Soliloquy(그녀의 독백)>, 덕원갤러리, 서울

Group Exhibition
2010 “Transition"전, Sonofactory, 서울
2009 “예술통풍에너지 Part 1: 일상과 소통하는 예술”전, 서교예술실험센터, 서울
아트대구: 영아티스트 페어쇼, 엑스코, 대구
2008 "Thank you Thank you"전, 리씨 갤러리, 서울
New Generation Art Fair, 그문화 갤러리, 서울
“뜨거운 드로잉: 즐거울 락”전, 베이징
ASYAAF, 구서울역사박물관, 서울
문래예술공단 오픈스튜디오, 서울
“태도가 풍경이 될 때”전, 그문화 갤러리, 서울
“사랑-특유”전, 쌈지갤러리 아트마트, 서울
2007 “Image & Original Movement” (가림다댄스컴퍼니 기획), 주갤러리, 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