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나라 展" 8. 20 - 9. 8

갤러리도올에서는 싱그러운 여름을 맞이하여 특별한 기획전으로 ‘과일나라 展‘을 준비한다.

과일은 일상의 평범한 소재 임에도 불구하고 샤르뎅의 정물을 거쳐 세잔의 이르러 많은 예술가들에게 큰 영감으로 작용해 왔으며 이 평범한 소재들은 매우 섬세한 드로잉과 화려한 색채로 우리를 매혹 시켜 왔다. 동양화에서는 소과도(逍果圖)라 하여 채소와 과일을 주제로 많은 그림을 남긴다. 복을 기원하는 구복사상 (求福思想)과 잡귀와 부정한 것을 물리치는 벽사사상(僻邪思想)이 바탕에 깔려있는 것이다.

이러한 과일들은 작품의 소재와 다양한 의미로 전해지고 있으며 갤러리도올에서는 이것을 두 가지 소재로 나누어 전시를 준비한다. 큰 작품(20호)은 풍경화, 또는 정물화 속에 과일을 포함시켜야 하며 소품은 동양사상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과일로 복숭아를 포함한 정물 혹은 과수원정경을 선택하여 작품 속에 포함시킨다.

이번 전시를 통해서 일상의 정물인 과일이 어떻게 변모되어 작품에 등장하는지 우리와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전시가 되길 바란다.


구자승

과일과 꽃, 손수건 등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사물을 소재로 삼아 정물화를 제작하고 있는 구자승의 작품세계는 여러 가지 어려운 철학적 사조와 미술이론으로 무장한 현대회화의 흐름과는 다소 차별성을 유지한 채 진행되어 왔다. 저절로 감탄을 자아낼 수밖에 없는 그의 사실적인 사물묘사는 나름대로의 치밀한 공간구성에 의해 배치되어 단순한 정물이상의 고요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대상이 지니고 있는 형상과 색감을 리얼하게 묘사해내면서도 배경의 구성과 배열을 통하여 감성적 서정과 예기의 맛을 은근하게 드러내 보여주는 것이 작가의 장기라 할 수 있다. 물 흐르듯한 자연스런 필치와 탄탄한 응집력의 구성과 살아있는 듯한 생명력의 색감이 어우러진 그의 화면은 오늘의 구상미술이 지향해야 할 방향을 제시해준다.


김문식

김문식의 산수화는 실경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필법을 개발하면서 다양한 발전과정을 통해 오늘에 이르렀다. 그는 싸리빗을 연상시키는 필선의 묘법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잡목이 많은 우리의 산과 물을 표현하였다. 산수화에서 물은 그 자체로 형상을 만들지 않는다. 물의 모습을 담기 위해서는 산의 모습이 드러나야 한다. 물은 산의 생김새를 따라 그 표정을 만들어낸다. 물은 비, 구름, 얼음, 개울, 폭포, 강, 호수, 바다로 모습을 바꾸어 간다. 그리고 지상의 모든 존재들을 연결한다. 물은 정해진 형상이 없고, 그것을 담는 그릇의 모양에 따라 모습을 달리한다. 김문식의 그림에는 바로 물이 지닌 순환의 원리와 그 원리를 통해 우리를 일깨우는 삶의 달관이 묻어있다. 먹빛에 묻어나는 그 싸리빗의 소슬한 풍경과 가을의 적막과 여름의 포효가 고요와 함께 흐른다.


김일해

김일해는 스쳐지나가 버리는 풍경과 정물을 구상으로 기억해낸다. 작가가 스스로 기억하는 일상의 사물들은 이미 작가의 언어와 표현이 담겨져 새로운 구상으로 창조된다. 평론가들에게 신구상주의, 또는 신서정주의로 불리는 것은 바로 이러한 작가에 의해 기억된 ‘느낌'에 관한 것들이다. 작가가 기억하고자 애쓰는 풍경은 풍경 그대로를 모방한 것이 아니기에 창조된 구상으로 변화한다. 작가는 그림이라는 것은 머리에서도 나오고, 가슴에서도 나오고, 손끝에서도 나와야 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세 가지가 합쳐져서 보는 이의 눈길을 잡고 긴 여운으로 가슴을 울려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김일해의 사색적 풍경 속에서 긴 여운을 마주 대한다.


김재학

김재학의 작품은 세련되고 극사실적인 화풍으로 구상화단에서 독보적인 자리를 확고히 하고 있다. 담백하고 경쾌한 그만의 감각적인 붓 터치로 재탄생된 꽃, 과일, 풍경, 인물 등 우리 일상의 대상들은 그 실제보다 더욱 신선하고 생동감 넘치는 작품들로 재탄생되고 있다. 김재학의 그림속에서 물, 바람, 나뭇잎, 나무와 풀잎들 그리고 꽃과 과일과 집, 이 모든것들은 은밀하게 서로 얽히며 형태라고 하는 조형언어의 동일한 논리의 지배를 받고 있다. 자연을 주 소재로 하여 그려진 그의 작품들은 사진이라고 할 정도로 정밀하지만, 오래 볼수록 그림만이 가질 수 있는 감흥과 느낌을 전해준다.


오용길

오용길은 오랫동안 수묵담채로 우리의 자연 실경을 화폭에 담아냄으로써 우아하고 격조 높은, 그윽하기 이를 데 없는 한국화의 경지를 일구어 왔다. 작가가 추구하는 예술세계는 전통회화의 현대적인 계승으로 조선시대의 수묵산수화, 특히 그 가운데서도 겸재 정선이 이룩한 진경산수의 정신을 현대감각에 맞게 재창조하는 것이다. 즉 전통회화가 지닌 지. 필. 묵의 도구를 이용하여, 고답적인 정신에서 벗어나 표현방법에서나 소재면에서 현재 우리가 살아가면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친근한 자연을 선택하여 산뜻하면서도 경박하지 않은 색감을 이용해 포근하고 서정적인 분위기가 배어나는 작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전통과 현대의 생동감있는 조화 속에서 우리삶의 옛정취가 그리워질때, 묵향 그윽한 정취와 향수를 만끽할 수 있는 작품이다.


이목을

이목을의 작품은 친숙하고 전통적인 재료인 나무판에 사과, 대추 등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재를 사실적인 표현기법으로 그려내어 재현의 일루젼(illusion)을 유도해내는 작업이다. 그 동안 기본적인 나무판이나 도마 등 있는 그대로의 전통적 소재를 사용해왔던 작가는 최근 신작에서 작가가 의도한 상자를 작업에 사용하여 현대적이고 감각적인 연출을 통한 새로운 조형성을 유도했다. 착시현상을 유도할만큼 극사실적으로 표현된 작품안에서 그 만의 감각으로 존재 사이의 ‘교감-비움과 채움'을 추구하는 새로운 시도를 확인하고 작가의 내면과 교감할 수 있는 작품세계를 만날 수 있다.


이호중

이호중은 안개 낀 호수가와 한국의 무르익은 황토 및 고즈넉한 전원의 풍경을 안정된 구도 속에 섬세하고 부드러운 붓질로 그려나간다. 그의 캔버스에서 숲으로 이르는 오솔길과 들꽃, 호숫가로 구성된 장면은 보랏빛 안개 속에 서서히 형태를 드러내며 그 만의 신비감과 감미로운 서정시를 연출한다. 최근 이호중의 작업은 안개젖은 봄, 여름의 싱그러운 풍경에서 늦가을과 겨울의 차분한 황토 들판으로 변모했다. 나지막한 산과 간간이 솟아난 나무와 농가, 한국의 질박한 황토의 거친질감을 세밀하고 부드러운 붓질로 다듬어 나간다. 이러한 고즈넉한 농가 분위기는 수확을 거두고 휴식을 취하는 자연의 넉넉한 표정과 닮아있다. 수평선과 중심을 가로지르는 오솔길은 그의 회화에서 늘 등장하는 안정된 구도로서, 관람자를 풍경 저 너머로 인도한다.


이희중

이희중은 우주와 신화, 민화를 소재로 지속적인 작업을 펼쳐온 작가다. 투철한 작가의식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발색을 중심으로 한 색채에 관한 연구는 그가 얼마나 치밀한 사고의 소유자인지를 말해준다. 이전 개인전은 새로운 변화를 시도한 우주화가 인상적이었다. 그의 작업은 몇몇의 서로 다른 소재를 병렬적으로 펼쳐가는 것이 특징인데, 이는 그의 작품세계를 다채롭게 보이게 만드는 요인이다. 기존의 작업 스타일에 안주하지 않고 늘 새로운 세계를 개척하는 그의 작가적 태도는 우리 화단에 좋은 범본이다.


정우범

‘유화를 뛰어넘는 수채화'를 추구하는 수채화가 정우범의 작품은 오묘한 추상성의 중후감이 있다.

작가는 색감을 최대한 풍부하게 넣고, 다양한 혼색효과와 갈필기법으로 중량감을 갖게한다. 그는 감각적 구도와 색채의 대비, 물감이 깊이 스며들게 하는 표현방법으로 평면이 아닌 ‘입체 수채화'를 구사하면서 동양적 발묵효과를 독특하게 표현한다. 붓 자국을 거의 볼 수 없는 작품 속 자연의 풍경, 정물, 여인상등 이미지는 동양적인 향긋한 맛이 강하고 매우 서정적인 정서마저 느끼게 한다. 물감이 묻혀진 붓을 두드리는 과정 속에서 색채끼리 저절로 만나 어우러지는 색의 조합과 그것을 통해 얻어진 대상의 추상성은 오묘하고 아름답게 비추어지며 마치 꿈속의 풍경과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