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지선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 9.5-9.20

갤러리도올에서는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이라는 전시명제로서 류지선의 10번째 개인전을 갖는다. 작가는 지우개가루라는 새로운 메테리얼(material)을 회화의 범주에 도입하여 지움의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부산물인 지우개 가루로서 그 개념을 확장시켜 평면이라는 회화의 영역에 도입하여 다시 새로운 형태를 구현함으로써 의미상으로는 현대문명에 밀려 사라지고 있는 자연물의 역설적인 존재감을 표현한다. 한지와 비단위에 수없이 지우개 가루를 축적해가며 바람에 흔들리는 미묘한 버드나무의 움직임을 표현해 낸 수공적인 노력이 돋보인다. 버드나무나 소나무는 우리의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상적인 풍경의 일부분이며 한국인의 정취가 깊이 담겨져 있는 대상이기도 하다. 특히 강가의 길게 늘어진 버드나무의 흔들리는 모습은 서정적 분위기와 여유를 풍기기에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자연에 대한 통제를 기반으로 물질적 가치와 개발을 우위에 두는 현재의 상황에서 이 자연적인 대상들의 존재는 위협받고 미약해지고 있다고 여겨진다.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이라는 전시제목은 이와 같은 대상의 서정성을 내포하면서도 바람에 흩어지는 존재의 가벼움도 의미하는 중의성을 함축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불완전한 실루엣의 형태로 재현된 나무들은 더 이상 현실속의 생생함이 아니라 ‘과거의 정서적 대상'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지우개가루로 재구성된 나무형상은 부재(不在)의 존재를 의미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플라톤의 시각으로 정의하자면 그림자의 그림자에 불과한 존재가 되는 것이다.

 <버드나무>연작에서는 현대문명과 여가를 상징하는 자동차나 오리배 같은 인공물과의 대비를 통해 이런 의미를 더 뚜렷이 드러내고자 하였다. 같은 화면내의 인공물에 비해 나무는 비교적 거대한 크기로 표현되지만 사실적인 표현의 정도나 색의 사용 등으로 본다면, 정작 그 존재감의 비중은 크기와 반대의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지난 전시의 동물연작이 버려지는 하찮은 지우개 가루를 이용해 억압받는 동물의 사이비적 존재감을 표현한 것이라면, 나무연작 역시 이와 같은 맥락에서 물질적 욕망의 추구에서 파괴되고 있는 자연의 존재를 나타내고자 하였다.

이처럼 지우개 가루를 이용하여 존재에 대한 부정의 의미를 부여하고자 하는 시도는 자유의 여신상이나 모나리자와 같은 대중적 아이콘이 사용된 작품이나 얼룩말 연작에서도 더 짙게 보여진다고 할 수 있다. 작품 <그리워하다>에서 지우개가루로 재창조 된 자유의 여신상은 유머와 함께 묘한 존재감을 던져준다. 버드나무 연작과는 반대로 인공물을 대표하는 자유의 여신상을 지우개가루로 표현하여 자연물을 대표하는 나비의 형상과 대립적인 구도를 갖는다. 작가는 지움의 과정에서 파생된 버려지고 말 지우개가루라는 소재를 다시 형상으로 재현함으로써 의미부여를 가능케 하여 작품을 보는 관객에게 새로운 시각을 열어준다.

고급과 저급, 인공과 자연의 대립이라는 큰주제 안에서 없어지고 말 지우개가루를 소재로 재형상하여 이미 사라진 부재(不在)의 의미에게 존재감을 부여하여, 관객으로 하여금 역설적 존재감에 대해 일깨우고 있다.

Ryu,Ji-Sun

1996 서울대학교 서양화과 졸업

1999 서울대학교 대학원 서양화 전공 졸업

2006 서울대학교 미술학 박사과정 수료

개인전

1997 제1회 개인전(나화랑)

1999 제2회 개인전-행복한 왕자(보다 갤러리)

2000 제3회 개인전-동물원 오는 날(대안공간 풀)

2001 제4회 개인전-사이비 동물원(인사미술공간 기획)

2002 제5회 개인전(예술의 전당)

2005 제6회 개인전(아트포럼 뉴게이트 기획)

       제7회 개인전(도올갤러리 기획)

2006 제8회 개인전(갤러리 아트싸이드)

     제9회 개인전(울산 현대 예술관)

외 다수의 단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