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수경 Body & Talk 8.22-9.2

전수경의 작업은 몸의 사유로 시작된다. 인간 실존에 대한 성찰, 고독과 독백을 몸으로, 누드의 형상으로 표현해 왔다. 개별적 인물의 재현이 아닌 인간의 근본적이고 보편적인 속성을 다루고 있다. 벗은 몸이라는 대상과 동양화의 결합은 화단의 관심을 받아왔다. 누드라는 서구의 개념과 조용하고 관조적인 동양화에서 그 결합은 드문 예이다. 화면안의 누드들은 얼굴도 시선도 없이 토르소(torso)로 등장한다. 완전한 형태의 몸이 아닌 형상들은 직설적 신체의 표현을 자제하고 공간을 부유하듯 자유롭다. 화면안의 하나, 둘 이상의 몸들은 섬이나 인간 군중들의 모습이 연상되며 흔들리는 듯한 드로잉 시점들은 동양의 산수풍경을 보는 듯하다. 그간의 작업에서 작가는 수묵을 바탕으로 가루안료와 목탄을 접목시켜 드로잉에 적용하고 벽화제작의 일부인 전사기법(transcription)까지 활용하여 다양한 표현기법을 탐구해 왔다.


인간이 사물을 보는 관점은 현 사회를 이루는 근거가 되어왔다. 구석기 시대의 알타미라 동굴벽화, 르네상스의 인본주의를 거쳐 여기까지 온 것이다. 인간이 만든 사물은 문명사회의 원동력이며 이것들은 무엇보다 사람의 몸을 근거로 시작하며 형태(Image)와 기능(function)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예술가에게 있어서도 몸은 중요한 소재인 것이다. 이번 신작에서 핸드백, 부츠, 선글라스, 소파 등 몸의 형상을 닮은 일상의 사물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온전한 인간의 모습 또는 일부인 손과 얼굴이 나오기도 한다.


더불어 성경속의 아담과 이브, 그리스 신화 중에서 남성과 여성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간의 시리즈에서 인간의 고독함과 내면적인 성찰을 추상적으로 표현해온 작가는 이번 시리즈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남과 여의 관계, 인간본성에 주목한다. 신의 창조물 중에 인간이 신의 형상과 가장 유사하다고 생각되지만 취약해 보이는 인간본성의 모든 것들 탐욕, 에로스, 갈망 등을 이루며, 각기 다른 성(gender)으로 부터 부여된 몸은 서로를 필요로 할 수 밖에 없으며 이러한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고, 그리고 성(sex)을 통해 후손을 남긴다. 음과 양을 이루는 다른 성의 조화, 남녀관계에서 비롯되는 죄성까지도 포함한 보다 인간적인 인간의 모습으로 어쩌면 신은 인간이 자신의 영역과 한계를 본질적으로 깨닫도록 그런 의도로 만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신은 인간을 남성과 여성, 두 가지 성으? ?만든 것인지도 모른다. 처음부터 완성된 디자인을 지닌 몸은 우주자연과 같이 변모되어 왔으며 인간의 아름다움과 추함, 삶과 죽음 등 무한한 연속적 관계를 추구한다.


Adam & Eve Bag 사과위에 아담과 이브의 누드는 백의 손잡이 모습과 같다. 이브는 아담의 발목을 잡고 있고 이브의 발목은 뱀이 휘감고 있다. 백의 형상처럼 보이는 이 작품은 아담과 이브의 친밀한 관계 연속성을 의미 한다. 화면 안에 흐르는 강렬한 색채와 누드는 에로스적인 요소들을 담고 있으며 성경 속에서 말하듯 신과의 약속을 어기고 쫓겨난 아담과 이브는 최초의 인간 파괴성을 보는 듯하다.

Hand in Hand 핸드백의 긴 줄 모양으로 손들이 이어져 있다. 그 안에는 손으로 나타낼 수 있는 다양한 기호들이 숨어있다. 악수와 약속, 수화로 love, God, 남자와 여자를 비롯해 예수의 은총하는 손의 모습,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에서 맞닿는 신과 아담의 손 등은 우리 인생의 모습과 신이 인간을 창조할 때 손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의미와 예술가에게 있어 손은 같은 의미로 다가온다.

David & Bathsheba 소년시절 골리앗과 맞서 싸우던 다윗은 나이 들어 음탕한 시선으로 여인 밧세바의 목욕하는 모습을 보고 있다. 고전주의에서 볼 수 있는 화려한 색채와 구도는 이 작품에서 배제된다. 화면 안에는 다비드라는 상징적 로고가 들어있는 선글라스와 핸드백의 형상으로 목욕하는 밧세바는 누드의 형상으로 표현된다. 고전주의 작품에서 얻어지는 신화의 내용은 이 작품으로 찾아볼 수 없다. 남자의 시선과 여자만이 은유적으로 표현될 뿐이다. 이전의 시리즈에서 이어온 몸에 대한 탐구는「다비드&밧세바」에서 구체화되어 남성과 여성을 이원적인 관계로 풀어내고 있다.

Pandora's Box 신과의 약속을 어기고 인간의 호기심으로 상자의 뚜껑을 여는 순간 질병, 가난, 불행과 같은 재앙들이 나온다. 순간 뚜껑을 닫았지만 이미 다 나가버린 상자 안에는 미처 나가지 못한 희망이 남아 있었다. 과거 몽유시리즈에서 보여 진 몸의 형상들은 발묵을 근간으로 가루안료를 흩뜨리고 목탄을 접목시켜 다양한 드로잉을 선보인다. 이러한 결과물들은 현재의 작품에서 한 층 더 나아가 촬영된 후 그래픽 작업에 의해 재창조 되어 몸에 대한 왜곡과 긴장감을 더한다. 판도라 상자 안의 무지개 형상은 창세기에 나오는 신과 인간사이의 희망의 언약을 상징하며 인간본성에 대한 좋은 것과 좋지 않은 것 모든 것을 안고 나아가 판도? ?상자 속의 희망처럼 인간은 그것을 갖고 살아야 한다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In the Dream 이전의 몽유시리즈에서 보여 진 몸들은 군집을 이루며 화면 안에서 공간을 부유하듯 자유롭다. 이 형상들은 이제 소파 안으로 들어와 이전 시리즈에서 보여 진 결과물에 새로운 의미를 더한다. 소파 등받이 안에 군집을 이루는 몸의 형상들이 보이고 아래에는 수면안대가 보인다. 아담과 이브가 에덴동산에서 벗은 몸으로 자유로웠던 것처럼 최초의 인간 모습으로 꿈속을 노니는 듯하다.


이전의 시리즈에서 보여 진 몸들은 구체적 형상이 아닌 당당함으로 홀로 있지 않고 둘이상의 관계성으로 은유적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그곳은 막연한 꿈이나 허상이 아닌 조용히 현실 세계이다. 최근작 「Body & Talk」시리즈는 좀 더 구체적인 상황으로 이야기 하고 있다. 아담과 이브, 판도라의 상자 둘 다 있을법한 일이다. 금기사항을 어기고 인간본성인 호기심으로 행동에 옮겨 지금의 현실세계와 재앙이 생기지 않았는가! 그러나 이런 재앙의 체험들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다. 호기심과 체험들은 지금의 세계를 만들었고 체험은 자기실현과 꿈을 만든다. 세상은 그것들로 이루어진다.

 

Chun,Soo-Kyung

2006 서울대학교 대학원 미술학 박사과정 수료

2001 동대학원 서양화과 미술이론전공 졸업

1994 동대학 동양화과 졸업

개인전

2005 학고재 아트센터, 서울

2003 The Taipa Houses Museum, Macao

2002 Gallery Pierre Michel Dugast, Paris

인사아트센터, 서울, 등 6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