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CHANNEL 널 - 김학량, 정재호’ 5. 19 - 6. 1

갤러리 도올에서는‘채널’이라는 주제로 김학량 정재호의 2인전(한국화)를 갖는다.

두 작가는 이번 2인전에서 현대사회를 바라보는 틀로서‘기계’라는 개념을 설정하고 이 기계를 조직하고 작동시키는 내적 원리로서‘채널(channel)’이라는 주제를 도출하였다.

채널이라는 단어는 흔히 방송채널과 같은 뜻으로 쓰이나, 해협, 수로, 액체가 흐르는 관, 사상의 방향, 정보 흐름의 통로와 같은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는 단어이다. 현대사회를 하나의 복잡하고 거대한 기계로 본다면 인간의 모습은 그 기계의 작은 부품과도 같은 모습으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하나의 기계 속에서 작은 부품들은 서로 결합하여 하나의 단위를 이루고 이 단위들이 서로 관계하며 각기 다른 조직들을 이루며 이 조직들은 서로 유기적 관계 속에 하나의 작동하는 기계로서 결합한다.‘채널’이라는 개념은 개별적으로는 무의미한 단위들이 서로 결하는 관계망이며 유기체적 성격을 갖기 위한 필수적인 조건인 것이다.

김학량, 정재호의 작업은 기계로 이루어진 세상속의 인간에 대한 이야기이다. 두 작가의 작업 속에서 기계는 세계에 대한 은유로서 다루어진다. 인간은 기계로서의 세계 속에서 배우의 역할을 하고 또한 기계로서의 삶을 산다. 그렇다면 현대사회를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기계, 기계인 세계, 살아가는 기계, 살기 위한 기계, / 기계처럼 경영되는 삶, 기계같은 삶, 기계처럼 움직이는 삶. 과장된 듯도 하지만 여기서 우리의 살림살이는 기계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사람들뿐만 아니라 흔한 식물이나 야생동물 조차도 그들의 자연적 범주를 생계 차원에서 짓누르는 기계적 프로그램이 아주‘실질적으로’작동하고 있다.

두 작가의 그림 속에서 세계는 기계로 구성된 풍경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 풍경은 또한 각 기계를 지배하고 있다. 풍경에 단역배우로 출몰하는 삶이 바로 그들의 표현하고자 하는 인간의 모습이다. 특정한‘장치’로서 기계의 모습으로 연명하는 인간은 기계세계의 익명성에 눌려 발버둥을 친다.

두 작가의 회화는 이러한 세계에 대한 다소의 르네상스적 회의의 표현이다. 김학량은 퇴역한 구축함의 복잡한 내부구조를 답사하여 백여 장의 사진을 찍고 이를 바탕으로 수많은 관들과 계기들로 이루어진 풍경화를 그렸는데, 이는 조직으로 연계되어 있는 인간의 모습에 대한 은유로서 읽힐 수 있을 것이다. 정재호는 현대사회의 강력한 스펙터클인 전쟁기계의 이미지들을 만화/문인화의 틀로서 새롭게 해석해낸 작업을 보여줄 것이다. 부채 속 전통회화의 공간을 불사르는 군용헬기, 핵폭발, 에어쇼의 광경 등을 수묵으로 표현함으로서 전쟁-기계의 이미지가 현대인에게 소비되는 모습을 드러내는 작업을 선보일 것이다.

두 작가의 작업은 그동안 한국화의 소재로는 잘 다루어지지 않았던 기계의 이미지들을 적극적으로 화면에 수용함으로서 한국화가 가진 제한적 소재성을 공격하고 매체의 특성들이 어떻게 삶에 관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실험의 의미도 크다고 할 것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현대사회속의 인간성의 회복이라는 문제와 함께 한국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